"주식은 불안, 예금은 성 안차"…개미가 사들이는 '부자 전유물'

올해 들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회사채, 신종자본증권 등 다양한 채권을 살 수 있게 되면서 개인들의 채권 투자가 급증했다. pixabay.

올해 들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회사채, 신종자본증권 등 다양한 채권을 살 수 있게 되면서 개인들의 채권 투자가 급증했다. pixabay.

30대 직장인 정민희(가명)씨는 최근 모아둔 월급 1000만원으로 해외 채권형 ETF(상장지수펀드)를 사들였다. 만기가 20년 이상 남은 미국 국채 가격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채권 가격이 오르면 상승 폭의 3배 수익이 보장된다. 정 씨는 “미국의 금리 정점이 임박했고, 앞으로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이 오를 것으로 판단했다”며 “안전하면서도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상품이라 생각하고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으로 눈을 돌리는 개미 투자자들이 크게 증가했다. 그동안 채권은 거액 자산가들의 전유물에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 모바일·홈트레이딩시스템(MTS·HTS)을 활용한 ‘엄지족 채권개미’가 새 투자층으로 급부상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 주식 시장은 힘을 잃었지만 채권 수익률은 올라가면서다. 

국내 채권형 ETF 시총 151조로 급증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24일까지 개인이 순매수한 채권은 총 18조4465억원으로 한 해 전 같은 기간보다 4.2배 증가했다. 채권에 간접 투자하는 ETF 투자도 크게 확대됐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국내 채권 ETF 59개 종목의 이달 월평균 시가총액은 151조6998억원으로 올해 1월 대비 50% 늘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채권 투자 붐을 이끈 건 우선 금리 매력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최근 1년 새 2.25%포인트(1→3.25%) 오르면서 고금리를 보장하는 우량 채권 상품이 늘었다. 한국전력 등 최우량 신용등급(AAA)의 공기업 채권도 5% 후반 금리를 제시하고 하나캐피탈 등 금융지주 계열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은 7%대 금리를 내걸고 있다. 상대적으로 위험은 크지 않은 반면 수익률은 예금금리보다 높은 이들 우량 채권이 개인 자금을 흡수하는 형국이다.

매매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 포인트다. 최근 시장에선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행진이 어느덧 마무리 수순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이런 기대가 시장 전체로 확산해 채권금리가 하락하면,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은 오르게 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온라인 거래 종목 늘리자 '채권개미' 매수세 가세 

증권사들이 MTS·HTS로 살 수 있는 소액 채권 투자 상품을 늘린 것도 투자 붐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국채나 공사채·회사채(A등급 이상) 등은 비대면으로 1000원 단위 조각 투자도 가능하다. 미국 국채와 미국 회사채도 각각 5000달러(660만원), 2만 달러(2650만원) 단위로 거래할 수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온라인 채널로 올해 초부터 이달 11일까지 개인이 사들인 채권은 2조3000억원으로 작년 한 해 전체 매수 규모(2000억원)보다 11배가량 늘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기존에는 MTS·HTS로는 일부 국채만 거래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 국내 회사채, 신종자본증권, 해외 채권 등 거래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개인의 채권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금리 정점은 내년 1분기 예상…금투세 도입 여부도 고려해야”

김상만 하나증권 채권파트장은 “여전히 금리 인상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채권금리 정점은 내년 1분기로 보고 있다”며 “이때를 기점으로 금리가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면 채권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내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하는 쪽으로 결정되면, 고액 자산가들은 매매차익에도 세금이 붙을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도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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