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 통과에 용산은 계속 불만 기류…당·정 관계 수평화?

 

국민의힘 주호영·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에 대한 여야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에 대한 여야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다음날인 25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국정조사는 여야가 합의한 사항으로 대통령실에서는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정조사 대상에 대검(마약 수사 관련 부서)이 포함된 것에 대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이견이 있는 걸로 보이는데 아쉬움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국정조사와 관련해선 입장이 없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며 “특별한 세부 사안에 대해 깊게 설명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답했다.

전날 국회 본회의 시작 전 국회를 찾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여야 합의와 관련해 “(합의 내용) 전체를 알고 있는 건 아니었다”고 말한 데 이어 이날도 대통령실이 이같은 반응을 보이자 여권에선 “대통령실이 국정조사 합의 내용에 불만을 가진 것 같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게다가 전날 국회 본회의장에선 장제원·윤한홍·이용 의원 등 친윤계가 국정조사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윤석열 대통령 또한 국정조사 합의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국정조사 합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처음 있는 ‘당·정 주도권 역전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처음 국정조사를 주장했을 때 당초 국민의힘은 “경찰 수사 결과가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국정조사에 합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통령실 역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정조사는 오히려 진상 규명을 방해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김진표 국회의장이 주재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 문제를) 협의하겠다”는 전향적 입장을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 발언 직후 장동혁 원내대변인 마저 “주 원내대표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지만 결국 23일과 24일 두 차례 의원총회 끝에 새해 예산안 처리를 전제로 한 국정조사 도입에 국민의힘이 찬성하기로 의견을 모으면서 여야 합의로 국정조사 계획서가 채택됐다.


이러한 여당이 주도하고 대통령실이 따라오는 풍경은 이전 사례와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장관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하면서 야당으로부터 “인사 참사”라는 비판을 받을 때도 여당은 주로 대통령실을 엄호하는 쪽을 택했다. 특히, 지난 4월엔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야당과 합의해놓고도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윤 대통령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합의를 번복하는 일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오석준 신임 대법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왼쪽은 김명수 대법원장.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오석준 신임 대법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왼쪽은 김명수 대법원장.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하지만 엄밀히 보면 이번에도 “결국엔 여당이 윤심(尹心)을 따랐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23일 의원총회 때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앞에 나서 “예산 처리 시점과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결과 발표 시점이 엇비슷하다면 예산 처리 후 국정조사에 대한 합의를 피할 이유가 없다”고 발언한 게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참석 의원은 “정 위원장이 합의에 긍정적으로 발언한 건 결국 용산과도 물밑에서 소통했기 때문에 했던 발언 아니겠느냐”고 했다.

친윤계 의원은 “주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용산과 합의안에 대해 소통했다’고 강조했지만 진짜 윤심이 무엇인지는 상당히 애매한 상황이었다”며 “대검찰청이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대통령실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불쾌해한다는 기류가 있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국정조사를 받긴 하지만 야당이 요구하는 마약 관련 대검찰청에 대한 조사는 너무 정치적 주장인 것 같아 불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윤심=국정조사 합의’인 줄 알고 찬성했던 건데 윤심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뒤늦게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실 내부에선 “국정조사 합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협상을 진행하는 여당 원내대표로선 야당에 양보하는 부분도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주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방적으로 국정조사를 처리한다는 걸 저지하려고, 말하자면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합의한 것이지, 이 방법이 좋아서 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시기에 국정조사가 맞지 않다는 소신을 가진 분들은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진 것이고 실제 제 생각도 그런 쪽에 가까웠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일이 당장 당·정 관계의 위기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구·경북 지역 의원은 “지금 당이 ‘용산 출장소 아니냐’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판인데, 몇몇 친윤계 의원들이 국정조사에 반대했다고 주 원내대표의 리더십까지 운운하는 건 너무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반대 표가 윤심에 따른 것이라면 너무 적은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다만 당내에선 “원내대표가 재량권을 갖고 협상해야 하는데, 대통령실이 자꾸 세세하게 개입하려고 하면 결국 손해 보는 건 당·정 모두가 된다”(중진 의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