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7월 위험 신호 알았지만…'신촌 모녀' 못 찾은 이유

서대문구에서 건강보험료 체납 등으로 생활고를 겪던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이었으나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소재 파악이 안됐고, 어떠한 복지 지원도 받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 8월 발생한 수원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마련한 복지 사각지대 발굴 체계 강화 대책을 발표했는데, 판박이처럼 닮은 사건이 또 발생했다.

25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다세대주택 현관문에 폴리스 라인이 처져있다. 지난 23일 생활고에 시달리던 모녀는 이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남영 기자

25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다세대주택 현관문에 폴리스 라인이 처져있다. 지난 23일 생활고에 시달리던 모녀는 이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남영 기자

 
25일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23일 오전 서대문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성인 여성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60대 중반과 30대 중반 여성으로 어머니와 딸, 모녀 관계로 밝혀졌다. 이들이 발견된 집 현관문에는 전기료 5개월 연체를 알리는 올해 9월 자 고지서와 월세 연체로 퇴거를 요청하는 집주인의 편지가 붙어 있었다. 경찰은 '세입자가 사망한 것 같다'는 집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고,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모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모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가정은 아니었지만 가스·전기료 체납 등 위기정보로 파악하는 보건복지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자에 해당됐다. 복지부는 지난 7월 모녀의 위기정보를 입수해 지자체에 발굴 대상자로 통보했다. 당시 입수된 위기정보는 건강보험료(14개월)·통신비(5개월) 체납과 금융연체(7개월)였다. 

하지만 지자체는 이들을 찾아내지 못했다. 모녀가 실제 살고 있던 곳은 서대문구였지만 주소는 광진구에 등록돼 있었기 때문이다. 모녀는 지난 2020년 7월 15일 광진구에 전입신고를 하고, 약 1년 4개월이 지난 2021년 11월부터 서대문구로 거처를 옮겼으나 주소지를 변경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서대문구에서는 모녀의 상황을 파악할 방법이 없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모녀의 경우) 지난 7월 위기도가 높은 가구로 발굴돼 주소 등록지 지자체(광진구)에 통보했다”며 “당시 전국 지자체에 통보한 위기가구가 14만 곳이었는데 그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당시 복지부로부터 통보받은 광진구는 현장을 방문했으나 모녀의 연락처 정보와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다. 광진구 관계자는 “지난 8월에 복지부 연락이 와서 (현장에) 나갔지만, 그곳에 실제로 살고 있지 않았다”면서 “사망한 분의 남편에게도 연락해보는 등 수소문해 봤지만 결국은 연락처를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복지 위기가구 현장조사에서 빠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복지부는 숨진 모녀의 소식이 알려지기 전날인 24일 ‘복지 사각지대 발굴 및 지원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8월 질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사망한 수원 세 모녀 사건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당시 수원 세 모녀 역시 이번 신촌 모녀사건처럼 화성시에서 수원시로 이사한 후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지자체가 소재 파악에 실패했다. 

복지부는 이러한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연락처 연계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와 통신사가 보유한 연락처와 주소 정보 등을 통해 소재 불명의 복지 사각지대 대상자를 발굴하는 방안이다. 또 실거주지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10월 6일부터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사실조사와 연계해 연락이 두절된 복지 위기가구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조사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의 위기가구 발굴 대상자 중 연락두절, 빈집 등으로 연락하지 못한 1만 7429명이 대상이다. 이번 서대문구 모녀의 경우 지난 7월 발굴 시스템으로 위기가구 대상자로 잡혀 현장조사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복지부 관계자는 밝혔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했지만, 수원 세 모녀 사망사건 발생 3개월 만에 똑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복지부는 사회보장급여법 등 관련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위기정보 확대 등 다른 대책들도 관계부처·기관 및 지자체와 협력해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