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4대 그룹서 여성 CEO 1호, 81년생 ‘별’도…삼성도 유리천장 뚫리나

서울 시내의 한 꽃집에 놓인 승진 축하 리본. 중앙포토

서울 시내의 한 꽃집에 놓인 승진 축하 리본. 중앙포토

 
국내 주요 대기업이 핵심 경영진으로 여성을 잇달아 발탁하면서 이른바 ‘유리천장 뚫기’가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LG그룹에서 비(非)오너가 출신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배출되자 조만간 발표 예정인 삼성 임원 인사에서 여성의 약진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앞서 LG생활건강은 지난 24일 이정애(59)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차기 CEO로 내정했다. 이 사장은 1986년 이 회사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그룹 공채 출신 첫 여성 임원(2009년)→첫 여성 전무(2012년)→첫 여성 부사장(2015년)을 거쳐 입사 36년 만, 임원된 지 13년 만에 여성 CEO에 올랐다. 화장품·생활용품·음료 등 주요 사업군에서 핵심 브랜드 경쟁력을 높인 공을 인정 받았다.

LG그룹에선 광고 지주회사인 지투알의 박애리(55)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여성 CEO 자리에 올랐다. ‘여성 CEO 투톱’인 셈이다. CJ그룹은 지난달 CJ올리브영 신임 대표에 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이선정(45) 경영리더를 승진시켰다. 그룹 내 최연소 CEO이자 올리브영 최초의 여성 CEO다. 이에 앞서 롯데그룹은 2018년 초 선우영 롯데롭스 대표를 선임한 바 있다.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사진 각 사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사진 각 사

 
재계에선 삼성그룹 임원 인사에서도 전문경영인 여성 CEO 1호가 배출될 지 주목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뒤 주도하는 첫 인사이기도 하다. 

현재 삼성 계열사의 사장급 이상 임원 중 여성은 이 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주요 100대 기업 중 여성 임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삼성전자이고 삼성엔 2007년 임원에 올라 현재까지 활동 중인 여성 부사장도 있다”며 “삼성으로선 이정애 LG생건 사장 탄생으로 주요 대기업의 첫 여성 사장 타이틀을 LG에 먼저 내준 셈”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대기업 여성 임원의 나이는 갈수록 젊어지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인사에서 갤러리아 부문 김혜연(41) 프로를 신임 임원으로 선임했다. 한화솔루션에서 1980년대생 여성 임원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신세계그룹도 지난달 백화점과 이마트 등에서 여성 임원 4명을 새로 발탁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러나 국내 기업의 여성 CEO, 임원 수는 여전히 미미하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지난달 말 기준으로 국내 500대 기업 CEO 659명을 분석한 결과 여성 CEO는 1.7%(11명)에 불과했다. 10년 전(1.0%)보다 0.7%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여성 임원 수도 아직은 턱없이 부족하다. 헤드헌팅 기업 유니코써치가 올 상반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상장사 매출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을 집계한 결과 총 403명으로 전체 임원(7175명)의 5.6%에 불과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주요 대기업의 여성 신입사원 비중은 30~40%인데 여성 임원은 이제 5% 넘는 수준이다 보니 여성 CEO 후보군은 폭이 좁다”면서도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문화를 가진 LG그룹에서 첫 여성 CEO가 배출된 만큼 다른 기업에도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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