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진의 지금 중국은] ‘규율+효율’, 변화하는 중국 경제질서에 대처하라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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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다카시 일본 메이지대학 교수는 인류 역사를 통찰하는 다섯 가지 코드로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자본주의, 사회주의, 파시즘), 종교를 꼽았다. 또 세계 최대 헤지펀드 설립자인 미국의 레이 달리오는 경제적 관점에서 지금 세계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에 대해 언급한다. 각 국가와 세계는 화폐와 부채, 국가 내부의 갈등, 국가 간 충돌, 자연재해, 전염병에 따라 움직인다는 진단이다.

중국도 이 모든 요소에 노출돼있다. 네 가지가 많은 ‘4다(多)’의 복합위기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악재가 많다. 국가 간 디커플링(탈동조화) 추세와 지정학적 리스크 얘기다. 호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둘째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많다. 때로는 전염병과 지정학적 사건 등 대비하지 못한 일들이, 때로는 산발적으로, 때로는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셋째 장기 대응 과제가 많다. 미· 중 관계와 공급망 위기, 제4차 산업혁명이 해결되거나 마무리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넷째 복잡한 일들이 많다. 당장 발등에 불이라고 할 수 있는 부채 문제와 인플레이션, 부동산 문제는 얽히고설킨 까다로운 문제다.

4다 복합위기 직면한 중국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월 말 제20차 당 대회가 열렸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이슈와 맞물려 세계의 관심이 정치무대로 쏠렸다. 예견대로 시 주석의 3연임은 확정됐지만, 당 대회의 경제 메시지는 그 뒤에 가려졌다. 경제 관찰자들도 모호하다거나 새로운 게 없다는 반응이 많다. 그렇다. 명확해 보이지도 않고 달라진 것도 없다. 하지만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미세하게 달라진 워딩(표현)에서 변화하는 중국의 경제 질서를 읽을 수 있다.

중국은 이번 당 대회를 통해 전략적인 대응 방향을 밝혔다. 안정과 발전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것이다. 안정은 체제의 안정과 사회적 안정, 대외적 안정을 포함하며 무엇보다 정치와 이념의 규율성을 강조한다. 발전은 앞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과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의 효율성을 도모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서 ‘중국식 현대화’가 등장한다. 이 말은 이념과 경제가 오버랩하는 정치 경제학적 용어에 가깝다. 종래 현대화의 의미는 곧 서구화라는 등식과 연결됐는데 그 관계를 끊겠다는 선언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이 현대화 건설에 매진하는 목적은 서구화된 국가가 되려는데 있지 않고, 서방세계와는 다른 ‘중국식 사회주의’ 강국이자 대국이 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종래 수십 년간의 개혁개방 과정에서 누적된 각종 경제 문제들은 중국 특유의 문제라고 진단하고, 향후 국가 경제사회문화 영역의 건설과제 역시 중국 고유의 문제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규율과 효율 동시 추구

이념으로 표현되는 ‘규율’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소득 분배, 기술 발전, 경제 발전 등에서 보이듯 경제적 ‘효율’을 함께 추구해간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측면과 경제 중시의 현실적인 목표를 함께 챙긴다는 것은 일견 불가능해 보이지만 1970년대 말 덩샤오핑의 개혁개방도 이념과 경제를 결합한 대전환적 조치였다. 그 이후 적어도 수십 년간은 ‘전례 없는’ 결합이 잘 작동한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물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관찰이 필요한 영역이다.


중국이 이미 시작했거나 앞으로 추진할 예정인 경제산업 정책의 4대 초점은 산업 공급망 안정화와 에너지 다원화, 지역·계층 간 균형 발전 및 민생서비스 확충이다. 앞으로의 전개 양상과 관련해 몇 가지 시나리오 관점의 가설을 고려해볼 수 있다. 산업 공급망 안정화와 에너지 다원화 측면에서 중국은 해외 도입이 필수적인 핵심 원부자재 확보를 위해 관련 국가와 연결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과거 중국은 해외 자원 확보를 위해 직접 진출을 통한 개발 위주로 나섰다가 해당 국가와의 복잡한 구조적 마찰이 발생하면서 큰 혼란을 겪었다. 앞으로는 해외 지역별로 서로 주고받는 경제교류 협력의 관계 속에서 공급망 경제외교를 적극적으로 전개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자 간 통상외교에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

다음으로 지역 간, 계층 간 균형 발전과 민생서비스 확충은 이제까지 시행해온 도시화 발전 전략을 계속 추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발전을 이루었으나 동시에 지역 간, 계층 간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했다. 이에 따라 내년 2분기부터 본격화되는 차기 리더십은 취업과 교육, 의료, 공공 서비스를 전국적 범위에서 강조하며 관련 정책을 속속 내놓을 것이다. 또한 많은 지방 정부가 종래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국유지를 건설 개발사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재정의 상당 부분을 조달했으나 이제는 지방 특화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비록 그 속도는 비교적 완만하게 추진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과정에서 기업 차원의 새로운 시장기회가 많이 생겨날 전망이다.

중국 신경제 영역 주목하라

이 같은 상황에서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영역에서 심화하고 있는 미·중 간 갈등과 경쟁은 미국이 중국의 미래 경쟁력을 압박하는 구조다. 앞으로 전개 양상에 따라 중국으로서는 다른 모든 영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물러설 수 없는 형국이다. 매우 조심스러운 시나리오적 전망에 불과하지만 반도체를 포함한 중국의 기술 굴기 전략 계획은 일정 부분 혹은 상당 폭으로 수정 내지는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다. 예를 들면 애초 설정한 산업 집중육성 기간을 좀 더 길게 수정한다든지 혹은 도달 목표 수준을 조정한다든지 등의 가능성이다. 어떤 방향으로 가더라도 중국으로서는 미국과의 긴장과 마찰 국면은 지속되겠지만, 최악의 위기 상황으로 가지 않으려는 의도를 계속 내비치고 있다. 미국과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중국의 곤혹스러운 상황은 더욱 어렵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중국의 경제 수치에 관한 직접적인 판단보다는 경제를 관찰하는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첫째 경제 회복 수준에 관한 것이다. 중국은 코로나 19 여파로 연간 성장률 목표(5.5%)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경제 회복 성공 여부에 관한 판단이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급성장한 O2O(온· 오프라인 연결) 비즈니스 같은 신경제 영역은 앞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현재 그리고 미래의 경제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표를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다. 과거엔 제조업 부문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실적과 수출 증가 속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액과 부동산 판매량이 중요 지표였던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소매판매액과 물가지수, 제조업 투자, 신경제 영역이 핵심 관찰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중장기 협력 플랫폼 구상해야

셋째,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완만하긴 하지만 꾸준히 커지고 있고 지역별로 정책 조치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 지방의 소비 촉진 정책 흐름을 주시한다면 내수시장 진출을 위한 세분화 전략에 참고가 될 수 있다.

지금 미국과 중국은 모두 한국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이를 잘 이용한다면 중국과 무역을 하는데,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도 유지할 수 있다. 이 같은 판단을 외교와 경제교류의 현장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한국으로서는 미국과 중국, 양국 모두와 서로 다른 차원의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것이 유리하다.

한중 경제 관계를 본다면 우리 기업과 정부는 전략적 판단과 새로운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2018년 3월 개시된 한 중 FTA 2단계(서비스·투자) 협상 전략을 가다듬기를 건의한다. 양국은 조속 타결이라는 지향점에서는 인식의 차이가 없다. 중국이 내수시장 확대를 위해 서비스업 육성과 산업 업그레이드에 나서고 있으니 협상 체결의 당위성도 차고 넘친다. 그렇다면 속도를 높여 되도록 빨리 매듭짓는 것이 좋겠다.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갖춘 소수 분야는 ‘네거티브(금지사항 외엔 모두 허용) 방식’으로, 중국이 유리한 분야는 ‘포지티브(허용사항 외엔 모두 금지) 방식’으로 각각 분리해서 협상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방 정부는 양국 지방 기업 간 특색을 살려서 중장기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협력 플랫폼을 구상하기를 건의한다. 이제까지의 인적교류와 단기성 사업은 접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기업 차원에서는 중국의 정책 조정을 변화의 배경과 지향점 차원에서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범위를 판단할 수 있고 대응책도 마련할 수 있다.

박한진 중국경제관측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