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주는 곳 없는 1만명 최중증 발달장애인, 내후년부터 24시간 돌봄

자폐성 장애를 앓는 A군(33)은 성인이 되면서 남을 때리는 등의 공격적 성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역 내 복지관에 다니려해도 받아주는 데가 없었다. A군 어머니는 “센터에 보내봤는데 다른 아이를 때리니 감당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 했다. A군은 주로 집에서 엄마와 시간을 보냈다. A군과 가족의 삶이 달라진 건 지난해 4월부터다. 서울시가 관련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A군 같은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받아주는 곳이 생겼다. A군은 오전 10시~오후 3시 지역 복지관에 나간다. 체육·음악·요리·미술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A군 어머니는 장을 보고 은행·병원에 가는 등의 일상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그는“정말 힘들 땐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아이가 이런 기관에 다닐 수 있게 되면서 삶이 나아졌다”라고 말한다. 

앞으로 A군 같은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외부 활동이 더 늘고 가족 돌봄 부담도 훨씬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2024년부터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낮과 밤에 돌보는 24시간 지원 체계를 마련하기로 하면서다. 

보건복지부는 29일 2022년 장애인정책조정실무위원회 심의·의결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발달장애인 평생돌봄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발달장애인은 자폐성 장애인과 지적 장애인을 아우르며, 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에 25만5000명(전체 장애인의 9.6%)가량 된다. ‘최중증’의 구체적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모든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하고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하며 도전 행동이 잦은 경우로 봤을 때 약 1만2000명 정도 된다고 추산한다. 이들은 기관에서 받아주지 않아 복지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고 활동 지원사도 돌봄을 꺼려 장애인 사이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24시간 붙어 돌봐야 하는 가족도 병이 든다. 최근 생활고와 자녀 양육 부담 등으로 발달장애인 가정의 극단선택이 잇따르기도 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달장애인 평생돌봄 강화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달장애인 평생돌봄 강화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내년에 일단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기준을 정하고 2024년 6월부터는 이들 대상으로 24시간 돌봄 지원 체계를 만들 계획이다. 현재 서울과 광주 등 일부 지자체에서 A군에게처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국가사업으로 통합 돌봄 모델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낮에는 1:1 맞춤형 활동을 지원하고, 저녁에는 공동생활 주택을 지원하는 광주광역시의 시범 사업을 평가하고 있다”라며 “여러 가지를 고민해 만들겠다”라고 했다. 장애인 단체에서 새로운 등급제 부활이라고 지적하는 데 대해 이 차관은 “최중증에 대한 특별한 돌봄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합리적인 기준과 방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인공지능(AI) 응급알림서비스, 야간순회 방문 등 보완 서비스도 개발하고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활동지원사의 가산 급여 수준(시간당 2000원→3000원)과 대상(4000명→6000명)도 확대한다. 

전국장애부모연대 회원들이 지난 5월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죽음을 강요당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추모제를 열고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장애부모연대 회원들이 지난 5월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죽음을 강요당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추모제를 열고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전체 발달장애인이 전국 500여개 발달장애인주간활동센터에서 낮에 이용하는 주간활동서비스도 최대 7시간 30분에서 8시간으로 30분 늘린다. 그간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면 목욕, 이동 등 일상에서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활동지원 서비스 시간이 종류에 따라 적게는 22시간에서 많게는 56시간씩 차감됐는데 이를 아예 폐지하거나 최대 22시간만 깎는 것으로 개선한다. 동시 수급 시 차감 조건 때문에 주간활동서비스 이용을 꺼렸던 이들의 참여가 늘 것으로 기대된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내년 4월부터는 입원, 경조사 등이 생길 때 하루 한 번 7일 이내에서 발달장애 자녀를 24시간 맡길 수 있게 된다.  

2015년 이후 동결된 장애수당은 내년 월 4만원에서 6만원으로 오르고, 장애인연금은 38만7500원에서 40만950원으로 인상된다. 부모 상담을 내년 1000명(현재 567명)에게 제공한다. 이기일 차관은 “발달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평생 돌봐드리는 것”이라며 “발달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