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주년 도발' 대신 내부 단속…"원수들 또 무릎 꿇었다"

북한이 지난 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을 발사하는 모습. 뉴스1

북한이 지난 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을 발사하는 모습. 뉴스1

북한이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5주년인 29일 군사적 도발을 거는 대신, 북한 주민들에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국방력 성과를 과시하는 등 내부 여론 단속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판문점을 방문해 "대화를 통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11월 29일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7년에 화성-15형 ICBM 심험발사에 성공한 뒤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던 날이다. 외교가에선 "북한이 중시하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 기념일인 만큼 7차 핵실험과 같은 고강도 군사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해왔다.

그런데 북한은 '조국은 강대하고 인민은 존엄 높다'는 제목의 이날 노동신문 1면 기사를 통해 올해 지속한 군사 도발의 성과를 치켜세웠다. 노동신문은 특히 지난 18일 발사한 ICBM '화성-17형'을 언급하며 "우리의 힘, 우리의 지혜와 기술로 안아오는 명실 공히 자력갱생의 창조물"이라고 자찬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사거리 1만 5000㎞에 달하는 ICBM 발사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마당에서 실패 가능성이 있는 추가 도발보다 우선 내부결속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있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에 참여했던 공로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지난 27일 보도한 기념촬영 장면.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있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에 참여했던 공로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지난 27일 보도한 기념촬영 장면. 연합뉴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화성-17형 발사가 최종시험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올해 ICBM 개발과 관련해 자체적으로 세운 목표를 달성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은 재진입 기술과 같은 추가목표 달성을 위한 기술 개발에 몰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노동신문엔 "지난 11월 초 우리 공군 무력의 대규모적인 총전투 출동 작전이 진행되자 원수들은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는 기사도 게재됐다. 구형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는 북한의 공군력은 한·미 전력과 비교해 가장 극단적인 격차를 보이는 군사력 분야다. 북한은 그럼에도 주민들이 매일 읽는 노동신문에 자신들의 공군력으로 한국을 굴복시켰다는 주장을 했는데, 이 역시 내부 단속용이란 해석이다.

북한은 지난 4일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한다며 500여대의 각종 전투기를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군용기 항적 180여개가 확인됐다고 밝혔던 합동참모본부의 분석과 큰 차이가 난다.

실제 북한은 자신의 항공력을 과장 선전하고 있지만, 북한 항공산업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은 여전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발표한 'EU 항공안전 목록'에서 북한 국가항공(구 고려항공)의 역내 운항을 엄격히 제한하는 조치를 12년 연속 유지한다고 밝혔다. 아직도 1960~70년대 취항한 구소련제 항공기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북한 국적기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운항을 제한한다는 의미다.

한편,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판문점 방문에서 "남북 간 모든 현안은 결국 대화를 통해 단계적으로 풀어갈 수밖에 없다"며 신뢰 회복과 대화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강조했다. 

권영세 통일부장관이 29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군정위 관계자로 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판문점=통일부 공동취재단

권영세 통일부장관이 29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군정위 관계자로 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판문점=통일부 공동취재단

권 장관은 "북한이 지금이라도 대화의 장에 나오기를 바라며 언제 어디서든 어떤 형식의 대화라도 북한이 원하면 나갈 의지가 있다"며 "핵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를 해소하고,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를 포함하여 남북 간 상호 관심사를 허심탄회하게 대화함으로써 함께 해결책을 찾아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이어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재차 언급하며 "북한이 대화에 응하고 비핵화 논의를 시작하면 경제적 협력과 외교적 지원은 물론 과감한 정치·군사적인 상응 조치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대한 구상의 작동 조건에 대해선 "객관적 조건을 달아 판단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대화에 나왔을 때 북한의 모습을 보면 진정성을 구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장관은 또 자신의 장관 취임 후 첫 판문점 방문이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주장한 5주년에 이뤄진 배경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오늘이 특별한 의미를 가진 건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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