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찢고 밖으로 나왔다…줄 세우는 '온라인' 손짓하는 백화점

지난 25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문을 연 ‘하고하우스.’ 온라인 패션 플랫폼 ‘하고(HAGO)’의 오프라인 매장이다. 오전 10시 30분 오픈 시간에 맞춰 입장을 위한 수십 명의 줄이 늘어선다. 백화점 명품 매장 못지않은 ‘오픈런’ 열기다. 

줄을 서는 이유는 하고가 취급하는 ‘마뗑킴’ ‘WMM’‘보카바카’ ‘L.E.E.Y’ 등 온라인 기반 브랜드를 직접 만져보고 입어보고 구매하기 위해서다. 온라인에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브랜드답게 2030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지난 25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문을 연 하고하우스 앞 대기 줄. 사진 하고엘앤에프

지난 25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문을 연 하고하우스 앞 대기 줄. 사진 하고엘앤에프

최근 백화점에 입점하는 온라인 브랜드가 늘면서 하고하우스처럼 아예 플랫폼을 오프라인에 이식하는 경우가 눈에 띈다. 개별 브랜드가 아니라, 큐레이션(선별)을 장점으로 내 세운 플랫폼들이 브랜드 DNA까지 끌고 들어오는 형태다.  

화면 찢고 나왔다, 오프라인 ‘앱’

스마트폰 안에서만 존재했던 ‘패션 앱’이 실물로 나온 다른 사례로는 지난 8월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입점한 ‘이구갤러리 서울’이 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29cm’가 갤러리 형식으로 낸 오프라인 매장으로, 미술관처럼 매월 한 개의 전시 브랜드를 선정하고 이와 어울리는 브랜드를 선별해 판매한다. 10월에는 더현대서울에 한섬의 온라인 패션 편집숍 ‘EQL’의 첫 오프라인 매장 ‘EQL 스테이션’도 문을 열었다.  

지난 10월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문을 연 'EQL스테이션.' 사진 한섬

지난 10월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문을 연 'EQL스테이션.' 사진 한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는 지난 8월 여성 의류 패션 플랫폼 ‘W컨셉’이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지난 29일엔 패션 리셀 플랫폼 ‘크림’이 잠실 롯데월드몰에 오프라인 공간을 내고 한정판 스니커즈와 의류, 액세서리 등을 전시하고 있다.  


새로운 브랜드 ‘수혈’ 위한 플랫폼

최근 백화점 상품 구성의 방향성은 ‘MZ’와 ‘명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매출을 담보하는 명품 브랜드 입점과, 젊은 세대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브랜드 입점이다. 패션 앱의 오프라인 진출은 젊고 새로운 것을 찾는 백화점의 필요와 맞물린다. 또한 이는 개별 브랜드 입점보다 효율적인 선택이다. 아예 플랫폼을 들여와 그 안에서 새로운 콘텐트가 유통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편집숍 29cm이 더현대서울에 문을 연 '이구갤러리' 전경. 사진 29cm

온라인 편집숍 29cm이 더현대서울에 문을 연 '이구갤러리' 전경. 사진 29cm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개별 브랜드 입점은 브랜드에도 백화점에도 상당한 부담”이라며 “백화점 단독 입점은 어려운 규모지만,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는 개성 있는 작은 브랜드를 실험적으로 지속해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이 플랫폼의 강점”이라고 했다.  

온라인에서 탄생해, 온라인에 최적화된 구조로 성장해온 플랫폼들이 백화점이라는 기존 유통 채널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뭘까. 홍정우 하고엘앤에프 대표는 “온라인 기반 패션 브랜드들은 팬덤을 기반으로 성장해 외형 확대가 필수적인데, 온라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중 접점을 늘리기 위해서는 브랜드를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단순 쇼룸? 본격 매출 노린다

아더에러·쿠어 등 온라인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브랜드가 오프라인 공간을 내는 흐름은 지난 몇 년간 지속해왔다. 다만 최근에는 이들 브랜드의 오프라인 공간이 단순 브랜드 체험을 위한 ‘마케팅용 쇼룸’에만 그치지 않고, 본격적으로 ‘현장 매출’을 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핵심은 온라인과의 ‘시너지’다. 하고하우스는 제품을 고른 뒤 QR 코드를 활용해 온라인에서 결제하고, 제품을 택배로 받아볼 수 있는 ‘O4O(online for offline)’ 매장으로 꾸려졌다. 재고를 쌓아두지 않고, 최대한의 상품 수를 다양하게 보여줘 온라인의 장점을 오프라인에 구현했다. 직접 입어보고 구매 결정을 할 수 있어 온라인 쇼핑의 고질적 문제인 반품율도 줄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적절히 섞는 식이다.

하고하우스는 스마트 결제 시스템 '오더하고'를 도입, 매장에서 빈손으로 쇼핑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하고엘앤에프

하고하우스는 스마트 결제 시스템 '오더하고'를 도입, 매장에서 빈손으로 쇼핑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하고엘앤에프

 
매출 성적은 좋은 편이다. 지난해 8월 롯데백화점 동탄점에 입점한 하고하우스(구 #16)는 오픈 첫 달 매출 5억원을 넘겼다. 잠실점 하고하우스는 오픈 첫 주말 3일간 누적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더현대서울의 ‘이구갤러리 서울’도 오픈 3개월 만에 누적 방문객 13만명 돌파, 상품 완판 등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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