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장에 김명수 최측근 두려는 것" 불신 자초한 코드인사

 12월 6일부터 3일간 진행되는 차기 서울중앙지방법원장 후보 선출 투표를 앞두고 법원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일부 법관들이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결국 김명수 대법원장과 가까운 인사에게 자리를 나눠주기 위한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의심을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인사권을 분산해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사법행정을 구현하겠다”면서 지난 2019년 정기인사 때 도입한 제도다. 대구지법과 의정부지법을 필두로 전국으로 확대됐다. 2023년에 교체되는 전국 20개 지방법원장(서울 행정법원, 서울 가정법원, 서울 회생법원 포함)이 모두 이 제도의 적용을 받는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대상 법원들은 12월 15일까지 추천 결과를 알려달라”는 글을 올렸다. 

대법원 예규에 따르면, 3명 이상의 판사로부터 천거된 판사는 본인 동의 절차를 거쳐 법원장 후보가 될 수 있다. ‘법조경력 22년 이상으로 법관 재직기간 10년 이상인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자격 요건이다. 2명 이상의 후보가 나오면 해당 법원 소속 판사들의 투표를 통해 득표순으로 2명~4명의 후보를 추린 뒤 이들 중에서 대법원장이 법원장을 지명하는 방식이다. 예규에는 ‘법원의 추천 결과를 존중한다’는 문구가 달려있지만 대법원장이 최다 득표자가 아닌 사람을 법원장으로 임명할 공간은 열려 있다.  

판사들이 의구심이 피어나는 곳도 이 공간이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다득표자가 아닌데도 법원장으로 임명됐던 사례가 더러 있지만, 소문으로만 알음알음 전해진다”며 “대법원장 측근은 득표수가 적어도 후보로 올라가기만 하면 임명될 수 있는 구조다. 정말 민주적인 절차가 맞는지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의구심은 전국법관대표회의 산하 법관인사분과위원회 위원장인 이영훈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가 지난달 코트넷에 두 차례 게시글을 올리면서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이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를 향해 ▶후보 추천자들 중에 수석부장, 지원장을 거친 사람들이 있는지 ▶수석부장이 법원장 후보가 된 경우가 있는지 등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대법원장이 임명한 수석부장판사나 지원장이 법원장 추천 후보가 되고, 실제로 임명까지 되면서 사실상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강화하고 있다”는 게 이 부장판사 등의 의심이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뉴스1

 

"쌓였던 '코드 인사' 불만 터진 것"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선거가 임박하면서 잡음은 더 커지는 양상이다. 송경근(58·사법연수원 22기) 민사 제1수석부장판사, 반정우(54·23기) 부장판사, 김정중(56·26기) 민사 제2수석부장판사가 후보에 올랐는데 모두 김 대법원장이 과거 인사에서 ‘챙긴 사람’으로 분류된다. 김 부장판사와 송 부장판사는 모두 김 대법원장이 수석부장판사에 임명했고 반 부장판사는 지난해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 마저도 법원 안팎에서 “최측근인 송 부장판사를 임명하기 위한 요식행위”라는 냉소가 공공연히 표출되고 있다. 송 부장판사는 한때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이영훈 부장판사도 코트넷 게시글에서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특정 법관을 염두에 두고 제도를 밀어붙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부터 대법원장이 누군가를 원장으로 시키지 않겠냐는 얘기가 계속 돌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법원 내에서는 이 같은 잡음과 불신을 “김 대법원장 임기 내내 인사 때마다 반복돼 온 ‘서울중앙지법 코드 인사’ 논란의 누적된 결과”(중앙지법 부장판사)라고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지난 4월 전국법관대표회의 정기회의에선 김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판사들이 관행을 깨고 임기를 초과해 중앙지법에 유임했다는 의혹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법원행정처는 “인사의 일반 원칙에 반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사유는 인사에 관한 사항이라 밝힐 수는 없다”고 반응했다. 

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이 지난 4월 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이 지난 4월 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상 인기투표…사법 포퓰리즘 가속화”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사실상 ‘인기투표’로 전락해 사법 포퓰리즘을 가속화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법원장 후보로 추천받기 위해 후배들과의 친분 유지에만 신경을 써 정작 재판의 질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재경지법의 한 배석 판사는 “너무 아랫사람 눈치를 보는 분위기에서 쓴소리까지 참다 보면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판사들이 2~3년마다 법원을 옮기다 보니 정작 후보로 천거된 분들이 어떤 분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다른 배석판사도 “법원장이라는 중요한 자리에 '최선'을 앉히기보다 '차악'을 고르라고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법원장 승진 기회를 잃은 고등법원 판사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더 크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가 모든 악의 근원이 고등부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면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도입했다고 해서 실제로 인사권을 민주적으로 나누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또 “예전에는 고등부장들이 순서대로 법원장을 가다 보니 '쓴소리 고등부장'들도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사람들이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11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온라인 화상회의 방식으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11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온라인 화상회의 방식으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5일 열리는 정기 회의에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안건으로 올리고 판사들의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이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가 기존에 제기된 법원장 후보 추천제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전국 확대 시행 이전에 충분히 해결책을 검토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적극적으로 문제제기에 나서는 것도 주목할만한 현상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계기로 2018년 상설화된 사법 행정기구로,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주축이 되어 왔다. 그러나 지난해 함석천(53·25기) 대전지법 부장판사가 의장으로 당선된 뒤 김 대법원장의 인사권 행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견제에 나서는 모양새다. 함 부장판사는 올해 다시 의장으로 선출돼 연임하고 있다.

이 제도를 둘러싼 대법원 내부의 기류도 변화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취임한 오석준(60·19기) 대법관은 8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장차 재판 지연의 요인으로 확실하게 작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판사들의 의견도 종합적으로 광범위하게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