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0억 풀린 멧돼지 포상금…가장 많이 잡힌 곳, 강원 아니다

야생 멧돼지. 중앙포토

야생 멧돼지. 중앙포토

돼지에 치명적인 아프리카 돼지 열병(ASF) 예방을 위해 전국에서 포획한 야생 멧돼지가 27만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서식 야생 멧돼지의 절반 이상이 지난 3년 사이에 포획·사살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포상금으로 지급된 금액도 49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환경부는 1일 지난 2019년 10월 15일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전국에서 ASF와 관련해 포획·사살한 야생 멧돼지가 모두 26만9521마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경북에서 가장 많이 포획돼 

연도별로는 2019년(10월 15일부터 연말까지) 4만865마리, 2020년 9만3963마리, 지난해 6만9489마리가 포획됐고, 올해는 10월 말까지 5만7418마리를 잡아들였다.

 
시·도별로는 경북에서 7만8761마리(전체의 29.2%)가 포획돼 가장 많았고, 강원도 4만2895마리, 경남 3만1937마리, 충북 3만1913마리, 경기도 2만5846마리 등의 순이었다.
서울에서도 463마리가 포획됐고, 광역수렵장에서 포획된 것도 2039마리나 됐다.


경북에서는 지난해까지 야생 멧돼지를 6만 마리 이상 포획했는데, 경북 지역에서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발견된 것은 지난 2월 8일이 처음이었다.

경남에서는 아직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발견된 적은 없다.

포획 포상금 490억 원 지급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 멧돼지 폐사체 수색에 나선 육군 8군단 특공대대 장병들이 강원도 양양군 서면 도리 일대 산림지역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육군 8군단 제공]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 멧돼지 폐사체 수색에 나선 육군 8군단 특공대대 장병들이 강원도 양양군 서면 도리 일대 산림지역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육군 8군단 제공]

이에 따라 일부 지자체에서는 ASF 예방 차원에서 포획한 것도 있지만, ASF와 무관하게 농작물 피해 예방 등의 목적으로 멧돼지를 포획하면서 포상금까지 수령하도록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환경부가 ASF와 관련해 야생 멧돼지 포획에 지급한 포상금은 모두 490억72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초기에는 ASF에 감염돼 폐사한 야생 멧돼지를 포획·신고할 경우 100만 원, 단순 포획 시에는 2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했으나, 환경부는 포상금 액수를 20만 원으로 통일했다.

 
국내 양돈 농가에서 ASF가 처음 발병한 것은 지난 2019년 9월 16일이었고, DMZ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정부는 2019년 10월 15일부터 멧돼지 총기 포획을 허용했다.
총기 포획을 할 경우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부는 포획에 소극적이었으나 이때부터 적극적으로 포획에 나섰다.

 

멧돼지 숫자 절반 이하로 줄어

야생 멧돼지. [환경부]

야생 멧돼지. [환경부]

한편, 전문가들은 ASF 발병 이전에 전국에 서식하는 야생 멧돼지의 숫자를 40만~50만 마리 수준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27만 마리가 지난 3년 동안 포획됐고, 대대적인 포획으로 인해 멧돼지의 번식률이 낮아진 점을 고려하면 전국 산림에 서식하는 멧돼지 숫자는 현재 20만 마리를 밑돌 것으로 환경부는 파악하고 있다.

과거 가장 많았을 때와 비교하면 멧돼지 숫자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의 야생동물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 당 멧돼지 서식 밀도는 2017년 5.6마리, 2018년 5.2마리, 2019년 6.0마리에서 2020년 3.3마리, 2021년 3.7마리로 줄었다.
2022년 조사 결과는 내년 초에 나올 예정이다.

이젠 멧돼지 울타리 철거해야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변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와 야생멧돼지 이동을 막기 위한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변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와 야생멧돼지 이동을 막기 위한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야생동물 전문가인 한상훈 박사는 "멧돼지의 경우 번식률이 높아 포획을 중단하면 금방 개체 수가 회복되기 때문에 생태계 훼손 우려는 크지 않다"며 "오히려 ASF 방역을 위해 설치한 울타리로 인한 야생동물 피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ASF에 감염된 멧돼지는 경북까지 확산했고, 산림의 야생 멧돼지 서식 밀도가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울타리가 더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다른 야생동물의 이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울타리로 인해 야생동물의 로드킬과 교통사고가 계속되는 만큼 이제는 울타리를 철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울타리 설치는 대부분 국가에서 활용하고 있는 ASF 주요 대응 전략"이라며 "국내에서도 ASF 확산 속도를 억제해 양돈 농가의 방역대책 추진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했고, 지난 3년간 ASF 확산을 중부권 내로 막아내는 효과가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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