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美·유럽 덮친 '트리플데믹'…"소아과 병상 부족" 비상

지난 6월 미국에서 6개월된 신생아가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6월 미국에서 6개월된 신생아가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에서 올겨울 '트리플데믹'(세 가지 감염병 동시 유행)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호흡기 질환에 취약한 소아 환자 사이에서는 이미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의료 시설·인력 부족 현상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WHO 유럽지역 국장과 유럽연합(EU) 보건담당 집행위원, 유럽질병관리예방센터(ECDC) 소장 등 유럽 보건 당국 수장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 호흡기융합바이러스(RSV) 등이 한꺼번에 퍼지는 트리플데믹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한스 헨리 클루게 WHO 국장과 스텔라 키리아키데스 EU 집행위원, 안드레아 아몬 ECDC 소장은 "독감과 RSV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며 "올겨울 코로나19와 함께 우리 보건 서비스와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지난 10월부터 20여 개국에서 RSV 유행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달부터는 A·B형 독감이 연령대를 불문하고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SV는 유럽을 중심으로 매년 동절기(10월~이듬해 4월)에 정점을 찍는 계절성 급성 호흡기 바이러스로, 주로 영유아 사이에서 유행한다. 일반적으로 38도 이상 고열, 기침, 콧물, 가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보통 성인의 경우 1~2주 안에 증상이 완화되지만, 신생아들과 5세 미만 영유아들은 기관지염과 폐렴으로 번질 수 있다. 아직 백신은 없다.

특히 유럽의 소아 환자 사이에서 이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급증하면서 병상 부족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중환자실협회(DIVI)는 "RSV 등 호흡기 질환 환자 증가와 의료 시설·인력 부족으로 병원에 '대재앙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DIVI는 "최근 조사에서 독일 전역에 비어있는 소아과 병상은 100개 이하"라고 전했다. 일부 병원에선 소아 중환자실 병상의 가동률이 거의 100%에 달하며, 심지어 빈 병상을 찾아 병원을 옮겨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드레스덴 대학병원 소아과 중환자실 실장 세바스찬 브레너는 가디언에 "내 예상이 맞다면 앞으로 며칠, 일주일 안에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며 "프랑스와 스위스 등에서도 이런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최근 소아 호흡기 환자가 급증하면서 일선 병원들이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초 "6개월 미만 신생아의 RSV 감염률이 수년 전보다 7배 더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미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소아과 병상의 4분의 3 이상이 꽉 찼다고 밝혔으나, 현장에선 이 수치가 과소평가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미국 전역의 어린이 병원 220곳 이상을 대표하는 어린이병원협회는 "일부 병원의 병상은 100% 이상 가동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 일부 병원에선 추가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응급실 건물 밖에 간이 텐트를 짓고, 중환자실 환자들을 일반 병실로 급히 보내거나 급하지 않은 일부 수술을 미루고 있다고 BBC가 전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아이들이 감염에 더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어린이들은 지난 수년간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로 바이러스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 만큼 자연 면역력이 부족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미국소아과학회와 어린이병원협회는 바이든 행정부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소아과 병상 수용력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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