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 몰고 70m 내달렸다…도하 기적 이끈 ‘에이스’의 품격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최종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 2대1로 포르투갈을 꺾은 손흥민이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최종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 2대1로 포르투갈을 꺾은 손흥민이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손흥민(30·토트넘)이 또 울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눈물의 의미가 달랐다. 실패가 아닌 성공의 울음이었다.

 
한국이 다시 한 번 기적을 썼다. 한국은 3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포르투갈을 2-1로 물리쳤다. 그리고 같은 시각 우루과이가 가나를 2-0으로 제압하면서 포르투갈이 H조 1위, 한국이 2위로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으로선 2010년 남아공 대회 이후 12년만의 16강 진출이다.

기적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은 낮은 확률을 갖고 있었다. 일단 포르투갈을 잡은 뒤 우루과이가 가나와 비기거나 2점차 이내 승리를 챙겨야 16강 진출이 가능했다.

2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2대1로 역전승을 거둔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2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2대1로 역전승을 거둔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그런데 믿기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우루과이가 가나를 2-0으로 제압했고, 한국이 0-1로 지다가 김영권과 황희찬의 득점을 앞세워 2-1로 이기면서 한국이 조별리그를 막차로 통과했다.

결승골 과정에 손흥민의 믿기지 않는 질주가 있었다. 우리 진영에서 공을 따낸 손흥민이 70m 가까운 거리를 내달리며 포르투갈 수비수 6명을 잇달아 제치고 황희찬(울버햄프턴)에게 패스했다. 볼을 받은 황희찬이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해 '도하의 기적'을 완성했다. 승부처마다 손흥민이 보여준 '에이스의 품격'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모든 힘을 쏟아낸 선수들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주장 손흥민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안와골절 수술을 받아 검은색 마스크를 쓴 채 그라운드를 누빈 손흥민은 포르투갈전이 끝나자마자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었다. 같은 시각 아직 경기 중인 만약 우루과이가 한 골을 더 넣어 3-0으로 이긴다면 골득실에서 밀려 H조 3위로 밀려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포르투갈전 직후 선수들을 불러모아 일단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우루과이-가나전을 시청하면서 가슴을 졸였고, 이 경기가 마침내 우루과이의 2-0 승리로 끝나자 다시 한 번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선수들과 기쁨을 나눴다.

손흥민은 국가대표로 뛴 2014 브라질월드컵과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모두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그리고 이때마다 펑펑 눈물을 쏟으면서 울보 이미지가 각인됐다. 이번에도 울음은 터뜨렸지만, 그 의미는 전혀 달랐다.

경기 후 손흥민은 “생각처럼 어려운 경기였다. 초반 실점을 하면서 어려웠지만,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한 발 더 뛰고 희생하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2018년에도 최선을 다했지만, 이러한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이번에는 결과까지 얻어서 더 기쁘다.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울면서 말했다.

이어 “이 순간을 상당히 많이 기다려왔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생각보다 더 잘해줬다. 주장으로서 부족했지만, 선수들이 채워줬다”고 동료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손흥민은 “국민들의 응원이 있어서 한 발 더 뛸 수 있는 에너지를 받았다. 나보다는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 16강 진출이 가장 큰 목표였다. 축구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며칠 동안 준비해서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다가올 16강전 선전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