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나는 금융권 수장 인사…일부선 '관치금융' 그림자도

새 정부 들어 첫 대규모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앞두고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5대 금융지주 중 3곳의 회장이 임기 만료를 앞둔 데다 대개 임기를 5~6년으로 제한하는 사외이사도 대거 임기가 끝나기 때문이다. 대부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만큼 금융권에선 ‘연임론’을 대세로 봤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입김이 세지면서 일부에선 ‘관치 금융’의 그림자도 감지된다. 

수장 교체 첫 테이프는 NH농협금융이 끊는다.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의 임기가 올해 말 끝난다. 손 회장과 함께 권준학 NH농협은행장, 김인태 NH농협생명 대표, 강성빈 NH벤처투자 대표 등의 임기도 연말까지다. NH는 이미 지난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꾸려 경영 승계 절차에 들어갔다. 이달 20일께 CEO 선임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이 22일 경남 진주 경상국립대학교를 방문해 대학생들에게 특강을 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이 22일 경남 진주 경상국립대학교를 방문해 대학생들에게 특강을 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NH 내부에선 손 회장 연임이 유력하다고 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다 역대 회장 중에 2년 임기 후 1년 연임한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금융업계의 관심은 손 회장의 거취에 쏠린다. 손 회장은 연임을 노리고 있지만, 금융당국과 마찰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금융지주 재출범을 이끈 공신이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성과를 내고 있어 당초 연임설에 무게가 실렸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에서 넷째)이 MZ세대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에서 넷째)이 MZ세대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하지만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인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한 책임 여부를 두고 금융당국과 소송을 벌이고 있다. 라임펀드 사태에 대해 금융당국은 내부 관리 미흡에 대한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 등의 중징계를 내렸고 손 회장은 이에 불복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집행정지 등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2심 모두 손 회장이 승소했고 이달 15일 대법원이 DLF 중징계 취소소송의 결론을 내린다.   


금융업계에선 최근 금융당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어 새 정부의 입맛에 맞는 ‘낙하산 인사’로 교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14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소집한 자리에서 손 회장에 대해 “현명한 선택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신한금융그룹]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신한금융그룹]

2017년부터 신한을 이끄는 조 회장은 세 번째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성적이 좋다. 올해 연간 순이익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데다 KB금융지주를 제치고 ‘리딩 뱅크’ 자리를 꿰찰 전망이다. 목에 걸린 가시였던 ‘부정 채용’ 의혹도 지난 6월 대법원서 무죄를 선고하면서 사그라졌다. 조 회장은 지난달 29일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과 함께 차기 회장 후보로 올랐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수장인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내년 1월 초 임기가 끝난다. 차기 기업은행장 후보로는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 김성태 기업은행 전무,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 등이 하마평에 올랐으나, 현재 정 전 금융감독원장이 가장 유력한 분위기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문재인 정권에서 낙하산 논란을 빚었던 윤 은행장에 이어, 이번에도 다시 낙하산 인사가 내려온다면 직원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선임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이번 인사 태풍에선 한발 비켜서 있다. 다만 사외이사 8명 전원이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이들 모두 아직 임기 제한(최대 6년)에 걸리지는 않지만, 수장이 바뀐 만큼 새 인물로 교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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