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흰 돌과 검은 돌 사이, 무궁무진 두뇌싸움 펼치는 바둑

바둑돌 하나로 딱 바뀌는 ‘국면’
초보자도 ‘호구’ 탈출하는 ‘묘수’ 낼 수 있죠

지난 11월 8일 한국 바둑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여자 랭킹 1위 최정 9단을 꺾고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했어요. 이 대국은 세계 대회 결승 최초 성(性) 대결, 여자 기사 최초 세계 대회 결승 진출로 큰 관심을 모았죠. 바둑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으나 이후 제외됐고, 내년 9월로 연기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어요. 우리나라와 중국·일본 등 아시아에서 큰 인기인 바둑은 일본 만화 ‘고스트 바둑왕’, 한국 영화 ‘신의 한 수’ 시리즈의 소재이기도 하죠. 바둑은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알고 보면 남녀노소 누구나 배우기 쉽고 어린이와 어른의 실력 차가 크지 않다는 장점이 있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바둑의 세계에 빠져봤습니다.

배가은 학생모델·임서준·나예현(왼쪽부터) 학생기자가 바둑TV 스튜디오에 마련된 해성 여자기성전 대국장에서 프로기사들의 대국 분위기를 직접 느껴봤다.

배가은 학생모델·임서준·나예현(왼쪽부터) 학생기자가 바둑TV 스튜디오에 마련된 해성 여자기성전 대국장에서 프로기사들의 대국 분위기를 직접 느껴봤다.

 
바둑은 흑돌과 백돌을 두고 펼쳐지는 바둑기사들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매력인 마인드 스포츠이자 보드 게임이에요. 두 사람이 바둑판에 흑돌과 백돌을 차례로 둬서 ‘집(家)’을 많이 지은 사람이 이기죠. ‘집’은 바둑돌들로 둘러싸인 곳을 말해요. 흑돌로 둘러싸이면 흑집, 백돌로 에워싸이면 백집이라고 하죠.

바둑의 기원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고대 중국에서 발명됐다는 것이 유력해요. 그중 기원전 2300년경 중국의 요(堯)·순(舜) 임금이 어리석은 아들 단주와 상균을 깨우치기 위해 만들었다는 ‘요순 창시설’이 대표적이죠. 중국의 고전 『박물지(博物誌)』의 ‘요조위기 단주선지(堯造圍棋 丹朱善之)’라는 문구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나예현 학생기자·배가은 학생모델·임서준(왼쪽부터) 학생기자가 바둑에 대해 알고, 직접 배워보기 위해 재단법인 한국기원을 찾았다.

나예현 학생기자·배가은 학생모델·임서준(왼쪽부터) 학생기자가 바둑에 대해 알고, 직접 배워보기 위해 재단법인 한국기원을 찾았다.

이외에 농경사회였던 고대에 중요시한 천체의 움직임을 관측·연구하는 도구로 바둑이 발명됐다는 ‘천체 관측설’, 현대 바둑의 틀과 수준을 진일보시킨 중국의 우칭위엔(吳淸源) 9단이 ‘요순 창시설’과 ‘천체 관측설’을 조합해 요·순 임금이 천문 연구 도구로써 바둑을 가르쳤다고 한 ‘우칭위엔설’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바둑을 즐겼는데, 『삼국유사』에 고구려의 승려 도림이 백제 개로왕과 바둑을 뒀다는 이야기가 나오죠. 백제가 일본과 문화 교류하며 바둑을 함께 전파했다고도 합니다.

현대의 바둑은 20세기 일본에서 일본기원과 프로제도가 탄생하고, 신문사들이 스폰서로 나서면서 그 틀을 갖추게 됐어요. 한국에서는 20세기 초까지 돌들을 미리 배치하고 두는 순장(巡將) 바둑이 성행했는데, 고(故) 조남철 9단이 일본에 바둑 유학을 다녀오며 한국 바둑을 현대화했죠. 바둑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나예현 학생기자·배가은 학생모델·임서준 학생기자가 서울 성동구에 있는 재단법인 한국기원을 방문했습니다. 한국기원은 바둑 보급과 교육 사업·시설 운영, 인터넷·방송 등을 통한 바둑 진흥 활동, 입단대회 등 각종 바둑 대회 개최·후원 등을 하는 한국 바둑의 중심지예요.


이판진(맨 왼쪽) 전문위원이 한국기원 사무국에서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한국 현대 바둑이 언제,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설명했다.

이판진(맨 왼쪽) 전문위원이 한국기원 사무국에서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한국 현대 바둑이 언제,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설명했다.

한국기원서 만난 바둑 세계

소중 학생기자단이 한국기원 3층 사무국에서 경영기획팀 이판진 전문위원을 만났어요. 이 위원은 “조남철 9단은 ‘한국 바둑의 대부’ ‘한국 현대 바둑의 개척자’로 불려요. 조 9단이 주도해 1945년 한성기원을 설립하며 한국 현대 바둑의 역사가 시작됐죠. 한성기원은 현재 한국기원의 모태로, 프로기사제도 모색 및 대회 창설 등 기초적인 제도를 마련해 나갔어요. 한성기원은 1948년 4월 조선기원, 1949년 7월 대한기원으로 이름을 바꿨고, 이후 1954년 한국기원이 창립돼 체계적인 바둑 보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집니다. 한국기원은 프로기사제도를 확립하고, 창립된 해에 제1회 승단대회·입단대회를 개최하며 바둑 인재들을 발굴했죠.”

한국 현대 바둑의 정착과 부흥기를 이끈 대표적 인물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고(故) 조남철·조훈현·조치훈·이세돌·이창호 9단.

한국 현대 바둑의 정착과 부흥기를 이끈 대표적 인물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고(故) 조남철·조훈현·조치훈·이세돌·이창호 9단.

 
1980년대에는 ‘한국 바둑의 봄’이라 불리는 황금기의 막이 오릅니다. 조훈현 9단이 바로 그 주인공이죠. 그는 1980년 전 기전(棋戰·상금이 걸린 바둑 대회)을 휩쓸며 1차 전관왕(9관왕)에 올랐고, 1982년(10관왕)과 1986년(11관왕) 등 총 3차례나 전관왕을 차지하며 한국 바둑 일인자가 됐죠. 1988-89년엔 바둑계 올림픽이라 불리는 제1회 응씨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한국 바둑이 세계를 제패할 실력임을 알렸죠.
이에 앞선 1983년엔 조치훈 9단이 일본 3대 메이저 타이틀인 기성전·명인전·본인방전(혼인보전)을 동시에 석권하는, 이른바 ‘대삼관(大三冠)을 일본 바둑계 최초로 달성하며 일본 일인자로 올라섰고요. ‘천재소년기사’로 불리는 이창호 9단은 14세인 1989년 제8기 KBS바둑왕전서 세계 최연소 우승 타이틀 획득, 1992년 제3회 동양증권배 우승으로 최연소 세계 챔피언 등극, 1994년 최다관왕(13관왕) 신기록 등을 세웠어요.

2016년 이세돌(앞줄 오른쪽) 9단과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의 ‘인간 대 기계’ 대국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6년 이세돌(앞줄 오른쪽) 9단과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의 ‘인간 대 기계’ 대국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여러분은 이세돌 9단을 알고 있나요?” 이 위원이 묻자 소중 학생기자단이 “알파고랑 대결하셨던 분 아닌가요?”라고 답했죠. 2016년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결은 전 세계를 들썩였죠. 영화에서만 봤던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이 실제로 일어났으니까요. 결과는 1-4로 이세돌 9단이 패했어요. 이 위원은 “당시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상대로 전승할 줄 알았어요.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9단까지 승단한 그의 패배에 많은 프로바둑기사들이 충격에 빠졌죠. 하지만 이세돌 9단이 이뤄낸 ‘1승’은 기계가 아직 인간을 뛰어넘어 완벽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줬어요.”
국내 기전은 크게 종합기전·제한기전으로 나뉩니다. 종합기전은 국내 프로바둑기사 누구나 참여 가능해요. 제한기전은 대회마다 연령·성별·단·입단연도 등의 출전 제한이 있죠. 현재 국내 기전으로 여자 기사만 출전 가능한 해성 여자기성전(~12월 20일), 해외 기전으로는 종합기전인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 최강전(~2023년 2월 24일)이 열리고 있어요.

소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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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현역 프로바둑기사는 11월 기준 408명(남자 330명·여자 78명)이에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한국기원 연구생만 100여 명이죠.” 프로바둑기사 입단은 입단대회를 통해 가능해요. 연구생·아마추어(일반인)·지역 영재 등이 참여할 수 있는데, 모든 아마추어가 참여 가능한 일반 입단대회 외에는 대회별로 출전 요건을 갖춰야 해요. 예를 들어 연구생 입단대회의 경우 한국기원 연구생만 출전 가능하죠.
바둑 실력을 나타내는 용어로 ‘급’과 ‘단’이 있어요. 아마추어 급은 최하위 30급부터 1급, 아마추어 급보다 높은 아마추어 단은 초단~7단, 프로는 초단~9단으로 나뉘어요. 프로바둑기사로 입단하면 ‘초단(初段·1단)’이 되죠. 한국기원 규정에 따르면 프로바둑기사의 승단은 승점제로 운영되며, 종합기전에서 승리 시 4점, 제한기전 승리 시 1점을 획득해요. 또한 프로기사협회리그 승리 시엔 1.5점이 부여돼요. 초단→2단→3단 승단 시 각각 80점씩 얻어야 하고, 3단→4단 120점, 4단→5단 140점, 5단→6단 160점, 6단→7단 180점, 7단→8단 200점, 8단에서 최고단인 9단으로 승단하려면 240점을 채워야 하죠. 결국 프로 초단에서 9단까지 승단하려면 누적 승점 1200점이 필요한데, 종합기전만 따져도 무려 300승(300승X4점=1200점)을 해야 하는 겁니다.

한국기원의 케이블방송 채널 ‘바둑TV’는 각종 바둑 관련 프로그램을 시청자에게 제공한다.

한국기원의 케이블방송 채널 ‘바둑TV’는 각종 바둑 관련 프로그램을 시청자에게 제공한다.

한국기원에서는 지난 11월 21일부터 2022-2023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선수선발전이 열렸어요. 대국(상대와 바둑을 두는 것)이 한창일 땐 대국장에 외부인 출입도 촬영도 금지지만 이 위원이 소중 학생기자단을 위해 살짝 문을 열어줬죠. 대국장 문 앞에서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바둑기사들의 대국을 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기침 소리 하나 없이 조용해요” “왠지 모르게 압도되는 분위기를 느꼈어요” “바둑기사들이 대국에 집중하는 눈빛이 강렬해요”라고 소감을 말했죠.
바둑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한국기원은 잡지 『월간 바둑』과 케이블방송 채널 ‘바둑TV’를 운영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이 위원의 안내를 받아 건물 지하에 있는 바둑TV 스튜디오를 둘러봤어요. 마침 스튜디오에 해성 여자기성전 대국장이 세팅돼 있었죠. “스튜디오에서 대국이 진행되기도 해요. 생방송으로 바둑TV를 통해 대국을 시청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바둑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죠. 바둑TV나 『월간 바둑』을 보는 것도 바둑과 친해지는 방법 중 하나지만, 가장 효과적인 건 바둑을 직접 두는 것이에요. 바둑학원을 다니거나, 친구들과 오프라인·온라인 게임을 통해 바둑을 두면서 가까워지는 것이죠.” 

김경은(왼쪽에서 세 번째) 3단에게 바둑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바둑 두는 법을 배워본 소중 학생기자단.

김경은(왼쪽에서 세 번째) 3단에게 바둑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바둑 두는 법을 배워본 소중 학생기자단.

김경은 3단과 함께한 바둑 시간

이 위원과 이야기를 나누던 소중 학생기자단 곁으로 프로바둑기사 김경은 3단이 다가왔어요. 2003년생인 김 3단은 2015년부터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활동했고, 만 14세였던 2017년 제1차 여자입단대회를 통과하며 당시 우리나라 최연소 여자프로바둑기사가 됐죠. 김 3단은 최정 9단 등과 함께 보령머드 팀 소속으로 2020년 한국여자바둑리그 통합우승하며 그 해 바둑대상에서 여자최우수신인상을 받았어요. 올해 1월 3단으로 승단했고, 국가대표 상비군에 들어갔죠.

김 3단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바둑 두는 법을 알려줬어요. 서준 학생기자가 “바둑에 필요한 준비물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어요. “기본적으로 바둑판과 바둑돌을 담은 바둑통이 필요해요. 바둑판은 가로세로 각 19줄, 361개의 교차점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점들이 바둑돌을 놓는 곳이자 집의 단위가 되죠. 바둑돌은 보통 흑돌과 백돌을 쓰는데, 시중에서 다른 색 바둑돌을 구매할 수 있어요.” 단, 한국기원이 제정한 ‘한국기원 바둑규칙’의 적용을 받는 국내 정식 대국은 흑돌과 백돌만 사용할 수 있죠. 흑돌은 181개, 백돌은 180개가 표준으로, 흑돌을 먼저 두기 때문에 흑돌이 한 개 더 많아요. 바둑판도 가로 42cm·세로 45cm·두께 2.5~7.5cm의 나무판을 사용해야 해요. 정식 대국이 아니면 가로세로 각 19줄씩 그려진 어디서든 바둑을 둘 수 있어요.

바둑을 두려면 바둑판과 바둑돌이 필요하다. 흑백 바둑돌 이외에도 여러 색깔의 바둑돌을 구매할 수 있다.

바둑을 두려면 바둑판과 바둑돌이 필요하다. 흑백 바둑돌 이외에도 여러 색깔의 바둑돌을 구매할 수 있다.

두 사람이 일대일로 하는 대국이 기본이며, 경우에 따라 여러 사람이 두 편으로 갈라 팀을 이뤄 대국하는 ‘연기(連棋·페어바둑)’도 가능해요. “연기를 해도 대국 중 같은 팀원끼리 상의할 수 없어요. 오로지 믿음과 합으로 대국에 임해야 하죠.” 대국에서 서로 흑백 바둑돌을 나눠 갖고 한 번에 한 개씩 교대로 바둑돌을 둬요. 첫 점은 흑돌을 두지만, 실력 차가 클 때 하수가 바둑돌 몇 개를 미리 놓고 두는 ‘접바둑’에서는 백돌을 먼저 두죠. 대국 종료 후 집이 많은 쪽이 승리해요. 대국이 끝나기 전 한쪽이 패배를 인정하는 의사 표시를 한다면 따로 계산하지 않고 ‘불계승’ 처리되며, 앙쪽 모두 바둑돌을 두는 걸 포기하면 그 시점을 기준으로 집 계산을 해서 승패를 가립니다.

정식 대국에선 계시기(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기계)가 필요해요. 바둑판 옆 계시기를 본 예현 학생기자가 그 쓰임새를 궁금해했죠. “시합마다 대국 전체 시간과 바둑돌 한 개 두는 시간이 달라요. 만약 바둑돌 한 개에 30초 제한이라면 그 안에 바둑돌을 두고 계시기를 눌러 다시 30초 리셋하죠. 계시원이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초읽기에 들어가면 긴장이 되죠. 시합마다 초읽기 횟수도 제한돼 있어요. 만약 ‘30초 5회’라면 30초 제한을 5회 초과할 경우 시간패를 당합니다. 상대를 압박하기 위해 바둑돌을 두고 빠르게 계시기를 눌러 타이밍을 뺏는 것이 중요해요.”

바둑돌은 보통 검지와 중지로 쥐며, 검지는 바둑돌 밑으로, 중지는 바둑돌 위로 가도록 합니다. “꼭 정석대로 할 필요는 없어요. 본인이 편한 대로 바둑돌을 쥐면 돼요. 그리고 바둑판 빈칸이 아닌 가로세로 교차점에 바둑돌을 둡니다. 한 번 놓은 바둑돌은 무를 수 없어요.” 가은 학생모델이 “바둑돌을 둘 때 ‘딱’ 소리가 나는데 신경 쓰일 것 같아요”라고 했어요. “상대를 기선제압하기 위해 바둑돌을 둘 때 ‘딱’ 소리를 크게 내기도 하는데, 예의상 되도록 차분하게 바둑돌을 두는 게 좋아요.”

바둑을 둘 줄 아는 서준 학생기자와 바둑 초보 예현 학생기자·가은 학생모델이 김 3단이 준비한 미니 바둑판을 두고 제한 시간 10분의 1대 2 대국을 펼쳤어요. 김 3단이 옆에서 예현 학생기자·가은 학생모델을 도와줬죠. 흑돌을 쥔 서준 학생기자가 공격적으로 나섰어요. 예현 학생기자·가은 학생모델이 번갈아가며 백돌을 둔 곳에 사방의 활로를 막아 빠르게 집을 만들더니 백돌을 따냈죠. “집을 만들어 상대의 활로를 모두 막은 경우 활로가 없는 바둑돌은 제거돼요. 이를 ‘따냄’이라고 하죠.” 김 3단이 예현 학생기자·가은 학생모델에게 약간의 훈수를 뒀지만, 서준 학생기자의 기세가 남달랐어요. “서준 학생기자가 바둑을 많이 둬 본 것 같아요. 이 정도면 재능이 있는데요? 예현 학생기자·가은 학생모델도 빠르게 바둑을 이해하고 있어서 놀라워요.”

검지는 바둑돌 밑으로, 중지는 위로 가게 하는 게 바둑돌을 쥐는 정석(위 사진)이다. 바둑돌 둘 때 ‘딱’ 소리가 크게 나지 않게 차분히 두는 것이 예의다.

검지는 바둑돌 밑으로, 중지는 위로 가게 하는 게 바둑돌을 쥐는 정석(위 사진)이다. 바둑돌 둘 때 ‘딱’ 소리가 크게 나지 않게 차분히 두는 것이 예의다.

대국 시간이 종료되자 김 3단이 “계가를 해볼까요?”라고 했어요. 계가는 대국이 끝난 후 집의 수를 세어보는 겁니다. 따낸 돌은 상대의 집을 메우는 데 쓰여 집의 수를 줄이죠. 결과는 16대 3, 서준 학생기자의 승리였어요. “마지막으로 서로 인사하고, 바둑돌을 바둑통에 넣어 정리해요. 바둑은 예의범절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대국 시작 전과 끝에 인사하고, 대국 도중 단정한 자세를 취하며 말을 하거나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 말아야 하죠.” 미니 대국을 마친 뒤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 3단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서준 바둑을 시작한 계기와 입단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저는 6세 때부터 바둑학원에 다녔어요. 바둑에 관심이 많으신 부모님께서 바둑 공부를 많이 시키셨죠. 솔직히 매일 늦게까지 바둑 공부를 해서 바둑이 싫을 때도 있었어요. 시합에서 지면 혼이 나기도 했죠. 그래도 계속 바둑을 하고 싶었어요. 2017년에 입단했을 때는 기뻤고, 안도하는 부모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바둑을 정말 좋아했던 거 같아요. 본인이 좋아하는 걸로 무언가 이룬다는 건 행복한 일이죠.

2017년 당시 만 14세의 나이에 최연소 여자프로바둑기사가 된 김경은(왼쪽) 3단.

2017년 당시 만 14세의 나이에 최연소 여자프로바둑기사가 된 김경은(왼쪽) 3단.

 
예현 어떤 색의 바둑돌로 시합할 때 편안함을 느끼시나요.

보통 흑돌을 먼저 두기 때문에 유리할 수 있지만, 저는 백돌을 잡는 게 더 편해요. 시합 중 긴장하면 손에 땀이 나는데, 흑돌을 잡으면 땀이 맺혀 잘 보이거든요. 그걸 상대가 보면 제가 긴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그래서 땀이 묻어도 잘 안 보이는 백돌을 선호해요. 요즘엔 컴퓨터로도 대국하는데, 아무래도 바둑돌을 직접 두는 손맛은 없지만 나름대로 클릭하면서 바둑돌을 놓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고요.

가은 바둑을 잘하기 위해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제가 바둑학원에 다녔을 때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바둑을 잘하려면 긍정적인 태도를 가져야 해요. 이기고 지는 승부의 연속에서 졌다고 너무 슬퍼하면 그 늪에 빠질 수 있죠. 패배를 인정하고 다시 승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면 바둑이 더 재미있게 느껴질 거예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경은 3단의 도움을 받아 미니 대국을 하며 바둑과 친해지고, 바둑 두는 재미를 알아갔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경은 3단의 도움을 받아 미니 대국을 하며 바둑과 친해지고, 바둑 두는 재미를 알아갔다.

서준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바둑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는데요. 바둑의 인기가 그때보다 올라갔다고 느끼시나요.

알파고 등장 전에는 친구들이 ‘바둑이 뭐야?’라고 하기도 했어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이후론 바둑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됐죠. 이전보다는 바둑의 인기가 올라갔다고 느끼는데, 주변에선 바둑이 다시 침체기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바둑과 친해지면 바둑에 대한 관심이 커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선 바둑을 쉽게 즐길 수 있는 매체가 많이 필요하죠. 예를 들어 유명 연예인이 바둑이 취미라고 SNS에 올리면 대중의 관심이 생길 수도 있잖아요. 넷플릭스 공개 예정인 이병헌·유아인 주연의 바둑 영화 ‘승부’처럼 바둑을 소재로 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예현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바둑을 두며 마인드 컨트롤도 해야 해서 컨디션 관리가 중요할 것 같아요.

맞아요. 그래서 자전거 타기 등 운동하면서 체력 관리를 합니다. 잡생각을 안 하기 위해 가끔은 바둑에서 벗어난 일상을 보내기도 하죠. 친구들과 놀러 가기도 하고, 동료들과 어울려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면 컨디션이 좋아지죠. 즐거운 활동과 생각을 하면서 체력뿐만 아니라 감정도 컨트롤합니다. 무엇보다 계속 연습하면서 집중력을 키워요. 한국기원 국가대표실에서 코치님이 준비해주신 바둑 문제를 풀기도 하고,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한 번 둔 바둑을 다시 처음부터 두며 좋은 수법 찾는 연습도 해요.

가은 바둑 시합을 보면 다들 진지하고 무거운 표정이에요. 평소에도 그런가요.

저는 대국장 안팎 모습이 많이 달라요. 평소엔 밝고 활기차죠. 프로바둑기사 대부분이 일상에서 대국할 때처럼 진지하게 다니지 않아요. 프로바둑기사가 진지하고, 어두운 성격일 거라고 생각하는 건 고정관념 같아요. 대국장에서는 상대에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무표정으로 진지하게 있을 수밖에 없어요. 프로바둑기사들이 항상 바둑판과 바둑돌을 가지고 다닌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도 않고요. 오목도 다 잘하진 않죠. 바둑과 오목은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김경은(왼쪽에서 세 번째) 3단이 프로바둑기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바둑을 잘하고 못하고는 큰 의미가 없어요. 얼마나 즐거운 마음으로 바둑을 하느냐가 중요하죠”라고 조언했다.

김경은(왼쪽에서 세 번째) 3단이 프로바둑기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바둑을 잘하고 못하고는 큰 의미가 없어요. 얼마나 즐거운 마음으로 바둑을 하느냐가 중요하죠”라고 조언했다.

예현 바둑을 하기 잘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뿌듯했을 때는 언제였나요.

사실 지금도 바둑 둘 때 너무 떨려요. 떨지 않고 바둑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질까 봐 두려운 거죠. 그럴 때마다 ‘바둑 두는 이 시간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야’라고 마음을 다잡죠. 이기든 지든 팬들의 응원을 받았을 때 ‘바둑 하기 잘했다’ 생각이 들어요.

서준 프로바둑기사를 꿈꾸는 소중 친구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려요.

프로바둑기사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둑을 하면서 많은 즐거움과 만족감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잘하고 못하고는 큰 의미가 없어요. 얼마나 즐거운 마음으로 바둑을 하느냐가 중요하죠. 저는 바둑 이외의 삶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바둑뿐만 아니라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재단법인 한국기원을 방문해 바둑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됐어요. 바둑이 한국·중국·일본 등에서 오래전부터 큰 인기를 얻었던 것과 고(故) 조남철 9단이 한국 바둑의 개척자로 한국기원의 전신인 한성기원을 설립하셨다는 것을 배웠어요. 프로바둑기사 김경은 3단 인터뷰도 했는데요. 제가 평소 생각했던 프로바둑기사와는 매우 다르셨죠. 왠지 조용하실 줄 알았는데 정반대셨으니까요. 유쾌하고 즐거웠던 김경은 3단과의 인터뷰에서 평소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고 직접 바둑도 둬봤어요. 상대방의 돌을 잡았을 때 생각보다 신나고 재미있었어요. 바둑을 잘하는 사람들은 머리가 좋다는 말을 들어서 “바둑은 어렵다”라고 생각했는데요. 이번 취재로 바둑에 도전해보고 싶어졌어요. 여러분도 바둑을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한 번 즐겨보세요.

나예현(서울 행현초 5) 학생기자

사실 저는 바둑에 관심이 적어서 이번 취재가 걱정됐어요. 그런데 한국기원에서 이판진 전문위원님이 바둑을 소개해 주시고, 바둑TV 스튜디오도 둘러보고, 대국장도 구경하면서 굉장히 흥미로웠죠. 김경은 3단과 인터뷰하며 바둑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어요. 바둑을 두실 때는 진지한 표정이셨지만, 직접 만난 김경은 3단은 정말 친절하시고 재미있으셔서 놀랐답니다. 김경은 3단이 바둑 두는 법을 가르쳐 주셨는데, 바둑이 두뇌싸움이 치열하고 집중력을 높인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번 취재는 저에게 바둑에 대한 관심을 심어줬답니다.

배가은(서울 중대초 4) 학생모델

한국기원에서 이판진 전문위원님을 만나 바둑에 대해 알아봤어요. 바둑은 아마추어 ‘급’(30급~1급), 아마추어 ‘단’(초단~7단), 그리고 프로(초단~9단)까지 총 46단계로 나뉘고, 우리나라에는 프로바둑기사가 400명이 넘는다는 걸 알았죠. 한국기원은 프로바둑기사들이 모여 연습하고, 대국을 치르는 곳이기도 하는데요. 운 좋게 실제 대국을 멀리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김경은 3단에게 바둑 두는 법을 배워보니, 바둑은 집중력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 위원님이 일반인이 바둑과 친해지는 방법은 바둑학원에 다니거나 바둑 관련 책을 읽고 둬보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저도 이번 기회로 바둑과 더 친해져 보려고요. 소중 독자들도 이번 기회에 바둑을 배워보는 건 어떨까요.

임서준(서울 도성초 5)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