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학력평가 시험서 '미달' 점수받은 英의원들

런던 의사당 건물과 런던 명물 빅벤. EPA=연합뉴스

런던 의사당 건물과 런던 명물 빅벤. EPA=연합뉴스

영국 의회 의원들이 영국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에 치르는 학력평가 시험에 도전했다가 평균 점수에 미달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영국 하원 교육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로빈 워커 의원과 동료 의원 등 10여 명은 이날 런던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학업성취도 평가'(year 6 SAT)를 단체로 경험했다.

6학년 학업성취도 평가 폐지 운동을 펴는 단체 'A학점 이상'(More than A Score)이 주관한 이날 행사는 시험을 보는 학생들이 느끼는 압박감이 얼마나 큰지를 의원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만 10∼11세에 해당하는 6학년 학생들의 감독 아래 영어와 수학 시험 문제를 푼 이들 의원의 답안지를 채점한 결과 응시자의 44%만이 수학에서 기대치를 충족했다. 철자와 문법, 구두법 등을 평가한 영어에서 기대치에 도달한 비율도 50%에 그쳤다.

이 같은 결과는 수학과 읽기, 쓰기 등으로 이뤄진 영어에서 기대치에 도달한 비율이 59%로 나타난 올해 6학년 학생들의 평균 성적에 미달하는 것이다. 종전 6학년 성취도 평가가 실시된 2019년에는 기대치를 충족하는 학생의 비율이 65%였다.


영국 교육부는 올여름 올해 시험 결과를 발표하며 특히 빈곤 계층 학생들의 성취도가 부유층 학생들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고 발표한 바 있다.

'웨스트민스터 클래스 2022'로 명명된 초당적 의원 모임의 일원으로 이번 시험에 동참한 노동당의 이안 베른 의원은 "시험은 정말로 끔찍했다. 그러한 압박감이 이런 어린 나이대 아이들의 정신에 끼치는 영향은 막대할 것"이라며 "이 연령대의 평가 시험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커 위원장은 6학년 학업성취도 평가의 개혁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전면 폐지를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보수당의 플릭 드러몬드 의원은 시험을 치른 뒤 "매우 어려운 시험이었다"며 "평가는 필요하지만 아이들이 그렇게 큰 부담을 갖고 6개월 이상을 허비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드러몬드 의원은 이어 "이제 미래를 위해 진정으로 유용한 것이 무엇인지를 인정해야 한다"며 "단지 시험을 통과하도록 어린 학생들을 교육해서는 안된다. 그들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A학점 이상'은 "이번 기회로 10∼11살의 입장이 되어 본 의원들이 아이들이 마주해야 하는 일부 문제가 얼마나 터무니 없는지, 이런 불합리성이 전체 교육 과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알게 되길 바란다"며 "이 시험은 그 나이대 아이들의 학습을 돕는 것이 아니라 학교(서열을) 평가에 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영국에서는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과정에 해당하는 만 7∼11세의 교육과정이 종료되는 6학년, 중학교 과정에 해당하는 만 11∼14세의 마지막 학년인 9학년에 각각 절대평가 방식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치른다.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에 따르면 영국 학부모의 60%는 압박감이 큰 이 같은 시험이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해친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