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영장 없는 클라우드 압수는 위법” 판단에 '무죄' 받은 두나무 송치형

노트북이나 휴대전화에 연동된 클라우드 서버를 압수하려면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영장을 받아야 할까. 대법원이 올해 6월 처음으로 관련 법리를 선언한 이후 유사한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고 있다.

두나무 송치형 의장. 특가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송 의장은 1,2심에서 연이어 무죄를 선고 받았다. 두나무 제공

두나무 송치형 의장. 특가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송 의장은 1,2심에서 연이어 무죄를 선고 받았다. 두나무 제공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심담 이승련 엄상필)는 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으로 기소된 송치형 두나무 의장과 임직원들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송 의장은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창업자다.

 
검찰은 송 의장과 임직원들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인위적으로 비트코인 등의 가격을 형성하기 위해 1221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원화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허위 입력을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법원 “영장에 클라우드 서버 별도 적시돼야 압수수색 가능”

1심인 서울남부지법은 2020년 1월 “두나무 임원진이 매매 주문과 취소를 반복한 사실이 있긴 하지만, 이 때문에 비트코인 거래 가격이 인위적으로 형성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에서는 절차적인 ‘위법수집증거’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이 2018년 ‘두나무 회사 건물에 있는 전산 서버가 보관된 장소와 서버가 설치된 사무실’로 제한된 법원 영장에 따라 두나무 서버를 압수수색했는데, 이 과정에서 검찰은 두나무 임직원에게 회사 서버와 연동된 아마존 클라우드에 접속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시킨 후 컴퓨터에 자료를 내려받아 증거를 확보한 게 문제시됐다.


변호인단은 클라우드 서버는 영장 범위 밖이라고 따지고 들어갔다. 2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두 가지 이유를 근거로 변호인단 손을 들었다. 우선 “원격지 서버(클라우드 서버)를 압수수색하려면 원격지 서버에 접속하고 거기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다른 컴퓨터로 내려받거나 화면에 띄우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원격지가 아닌 곳의 전자정보와 비교해보면 압수수색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원격지 서버와 일반 컴퓨터에 저장된 전자정보는 그 내용과 질이 다르기 때문에 압수수색으로 얻을 수 있는 전자정보의 범위와 기본권의 침해범위가 다르다”는 이유도 들었다. 클라우드 서버는 압수수색 영장에 ‘클라우드 서버’를 명시해야 압수수색할 수 있다는 취지다.

업비트 모습. 업비트는 주식회사 '두나무'에 의해 2017년 10월 출시한 대한민국의 암호화폐 거래소다. 신인섭 기자

업비트 모습. 업비트는 주식회사 '두나무'에 의해 2017년 10월 출시한 대한민국의 암호화폐 거래소다. 신인섭 기자

대법원, 올해 6월 클라우드 서버 압수수색 판례 내놔

검찰은 “다른 금융사에 대한 압수수색 때도 본사 담당부서에서 집행하지만, 실제 정보는 원격 서버에서 내려받아왔다”고 주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2심 재판부의 판단 자체가 대법원이 올해 6월 내놓은 “휴대전화 등 정보처리장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만으로 그와 연동된 원격지 서버 저장 정보까지 압수할 수는 없다”고 한 판결에 근거해 있어서다. 법원 관계자는 “올해 6월 대법원 판결은 검찰이 관행적인 클라우드 서버 압수수색 방식에 대해 처음으로 제동을 건 판례”라며 “원격지 서버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하기 위해서는 영장의 ‘압수할 물건’에 그 부분이 포함돼 법관의 사전심사를 거친 압수·수색영장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영장집행 때 서버 사용자의 동의를 얻어’ 클라우드 서버에서 자료를 내려받았다면 어떻게 될까. 검찰이 실제로 두나무를 압수수색한 방식이기도 하다. 법원은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에 기해서 담당 임직원들로 하여금 클라우드 서버에 접속하게 해서 두나무 대회의실의 컴퓨터로 내려받았다”며 이럴 때는 자발성이 없어 위법수집 증거라고 봤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이 클라우드 서버와 관해 아주 새로운 판결을 제시했다기보단 기본 원칙에 충실하게 판단한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법원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지능형 범죄에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