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의 이번 방문은 빈 살만 왕세자가 '중동 지도력'을 과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가 시 주석의 방문 기간인 9일 중국·아랍 정상회의 등을 개최해 중동 전역의 지도자들을 한자리에 모은다고 전했다. 중국·아랍 정상회의가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회의엔 최소 14명의 아랍 국가 원수가 참석할 전망이다.
또 사우디가 미·중 갈등으로 양극화된 세계 질서를 서방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2016년 만났을 당시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시 주석이 사우디를 국빈 방문해 제1회 중국·아랍 정상회의와 중국·걸프협력회의(GCC) 콘퍼런스에 참석한다"고 공식 확인했다. 또 시 주석은 사우디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한다.
사우디 국영 SPA 통신은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은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를 위해 살만 국왕의 초청으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시 주석의 이번 사우디 방문으로 양국의 경제 분야 밀착이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SPA 통신은 시 주석의 방문 기간 사우디와 중국이 292억6000만 달러(약 38조6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현재 사우디산 원유의 25%를 사들이는 최대 수입국 중 하나다.
알자지라는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도입해 석유 시장이 혼란에 직면한 가운데, 이번 사우디와 중국의 정상회담에선 석유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양국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 기업들이 사우디의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더 깊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미국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중동 전문가 아이함 카멜은 "사우디는 이제 필수적인 경제 파트너인 중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전략적 계산'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 경제를 중점에 둔 실리적인 외교 정책을 펴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7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해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나는 모습. AP=연합뉴스
한편 6일 미 연방법원은 카슈끄지의 약혼녀와 시민단체가 빈 살만 왕세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면책특권'에 근거해 각하했다. CNN에 따르면 워싱턴DC 존 베이츠 판사는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 배후란 원고 측 주장이 설득력이 있지만, 그가 외국 지도자로서 면책특권을 지닌다는 미 행정부의 공식 입장을 거부할 수 없다"고 각하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미 정부가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 총리직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면책특권을 인정하자 시민단체는 그에게 면죄부를 줬다며 반발했다. 가디언은 이번 미 법원의 소송 각하는 카슈끄지의 죽음에 대한 빈 살만 왕세자의 책임을 묻기 위한 시민단체 등의 노력이 사실상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송을 제기했던 시민단체 '아랍 세계를 위한 민주주의'(DAWN)는 이번 법원의 결정 후 "다른 가능한 법적 조치를 알아보고 있다"며 "정의를 위해 계속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