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결단에 獨 움직였다…우크라 전세 바꿀 ‘주력 전차’ 간다

지난 23일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 건물 앞에서 시위대가 독일이 레오파르트2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23일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 건물 앞에서 시위대가 독일이 레오파르트2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과 독일이 자국산 주력 전차(탱크) M1 에이브럼스와 레오파르트2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확전을 우려해 전차 지원을 꺼려왔던 두 나라가 결단을 내림에 따라 다음 달 개전 1년을 맞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세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에이브럼스 약 30대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결정했고, 이르면 25일(현지시간) 백악관이 이러한 사실을 발표할 예정이다. 독일 슈피겔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의 발표가 나오는 대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우크라이나에 레오파르트2 1개 중대에 해당하는 14대를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폴란드 등 제3국이 보유한 레오파르트2를 우크라이나에 재수출하는 것도 허가할 것이라고 24일 보도했다. NYT는숄츠 총리가 25일 연방의회 연설에서 이런 결정을 공식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독일, 美 에이브럼스 투입에 입장 선회

지난 2016년 11월 미국 콜로라도주 포트 카슨 기지에 M1 에이브럼스 전차가 도열해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016년 11월 미국 콜로라도주 포트 카슨 기지에 M1 에이브럼스 전차가 도열해 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독일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우크라이나의 현대식 전차 지원 요구에 응하지 않아 왔다. 러시아를 자극해 핵무기 사용 등 확전의 빌미를 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최악으로 이끌지 않고 2차 대전 전범국으로서 이번 전쟁에 깊숙이 개입하지 않기 위해 전차 지원을 주저했다.

 
지난 20일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 연락 그룹(UDCG)’ 회의에서도 미국과 유럽 각국은 레오파르트2 전차 지원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독일은 회의에서 미국이 먼저 에이브럼스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해야 레오파르트2 인도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 사이에선 미국과 독일의 소극적 태도가 나토를 분열로 이끌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이 결단을 내렸다. WSJ은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7일 숄츠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미 국방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전차 지원을 검토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미 국방부는 전차 지원에 난색을 표해왔다. 에이브럼스 전차의 유지와 보수가 어려워 우크라이나군이 단기 교육으로 운영하기 힘들다는 점을 들었다. NYT는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보내기 위해선 (미국의) 에이브럼스 지원이 (먼저) 필요하단 입장을 국방부에 강조해왔다”며 “이에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에이브럼스 전차 제공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서방 전차, 개전 1년 앞둔 우크라전 분수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지난해 10월 독일 북부 오스텐홀츠 연방군 훈련장을 찾아 훈련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숄츠 총리 뒤로 독일군 주력 탱크인 ‘레오파르트2’가 보인다. AP=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지난해 10월 독일 북부 오스텐홀츠 연방군 훈련장을 찾아 훈련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숄츠 총리 뒤로 독일군 주력 탱크인 ‘레오파르트2’가 보인다. AP=연합뉴스

미국과 독일의 전차 지원 결정은 소모전 양상을 보이는 우크라이나 전선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전선에서 방어 진지를 구축해 우크라이나의 공세를 막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버틴 후 3월쯤 작년에 징집한 15만 명의 러시아군 신병을 동원해 대공세를 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서방의 현대식 전차가 지원된다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대공세 전 교착 상태에 빠진 전선을 돌파할 힘을 갖게 된다. 레오파르트2와 에이브럼스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사용해 온 소련제 T-72 전차와는 한 차원 다른 전차로 평가된다. 120㎜ 활강포와 7.62㎜ 기관총을 장착한 레오파르트2는 운용 방법이 간단하고 디젤 연료를 사용해 연비가 뛰어나다. 에너지난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가 운용하기에 적합하다. 미 CNN은 “레오파르트2는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되는 가장 강력한 전차”라며 “올해 봄 대공세를 계획 중인 러시아엔 큰 타격”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가디언은 “레오파르트2가 100대만 지원돼도 우크라이나 전쟁 판도를 뒤바꾸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에이브럼스도 최대 시속 72㎞의 기동성으로 열상감시장비 등을 탑재하고 있는 현대식 주력 전차다. NYT는 “에이브럼스는 곡사포와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패트리엇 방공미사일, 장갑차로 이어진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상전 무기 지원의 정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과 독일의 전차 지원 움직임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차 지원 협상은 반드시 ‘결정’으로 마무리돼야 한다”며 “우크라이나는 10~15대가 아니라 더 많은 전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차의 대량 지원을 요구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 ABC 방송은 “유럽 등 12개국은 독일이 승인하면 우크라이나에 레오파르트2를 주겠다고 합의했다”며 “총 수량은 100여대에 달한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노르웨이도 보유 중인 36대의 독일제 레오파르트2 전차 중 4~8대 정도를 우크라이나에 보낼 수 있다고 현지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주미 러시아 대사 “노골적 도발” 반발

러시아는 강력 반발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5일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에이브럼스 탱크가)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이 과대평가됐다"며 "나머지와 마찬가지로 불타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적 측면에서도 이 같은 지원은 실패한 계획이 될 것"이라며 "그 무기들은 매우 비싸기만 하다"고 주장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는 24일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미국이 탱크를 지원하기로 결정한다면 이는 러시아를 겨냥한 또 한 번의 노골적 도발”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