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나경원 출마포기, 구태 정당정치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문을 읽으며 입술을 깨물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문을 읽으며 입술을 깨물고 있다. 연합뉴스

 

 
1. 국민의힘 나경원 전의원이 25일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용감하게 내려놓겠습니다.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2. 진짜 나경원이 하고싶은 얘기는 선언의 마지막 대목 같습니다.
‘간곡한 호소를 남깁니다. 정당은 곧 자유 민주주의 정치의 뿌리입니다. 포용과 존중을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질서정연한 무기력함보다는, 무질서한 생명력이 필요합니다.’

3. 그런데 나경원의 앞뒤 말이 서로 맞지 않습니다.
불출마 이유가 ‘당의 분열과 혼란 방지’입니다. 따라서 나경원의 불출마는 ‘질서정연’에 해당됩니다. 만약‘무질서한 생명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로 출마해 다투어야 맞습니다.

4. 그러니까 나경원의 진짜 속마음은 ‘출마포기가 옳은 일은 아니지만 불가피했다’로 추정됩니다.  
출마포기가 ‘자유민주주의 정치의 뿌리’인 정당정치 원리에 맞지 않다는 얘기는 정확한 지적입니다. 정당은 민심을 정치에 반영하는 시스템이기에 민주주의의 뿌리에 비유됩니다. 그런데 이번엔 민심과 당심은 사라지고 윤심만 작용했습니다.  


5. 일부 보수우파들은 ‘대통령 중심제엔 일사불란 여당 필요’를 주장합니다.  
대통령중심제에서 정부와 여당의 협력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러나 ‘제왕적 대통령’과 ‘여당의 시녀화’라는 일방통행은 옳지 않습니다. 여당은 국정운영에 민심을 반영하는 동시에 성과에 대한 심판을 받는 책임정치의 당사자입니다. 대통령은 단임이라 물러나면 그만이지만 정당은 계속 선거를 치러야 합니다. 책임을 묻자면 권한도 주어야 합니다.

6. 나경원이 물러나는 과정도 비민주적이었습니다.
초선의원들의 ‘연판장’은 당내에서 ‘집단 린치’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린치’는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폭력입니다. 국회의원들이 집단적으로 불법폭력을 자행한 사태는 정당사의 오점으로 남을 겁니다.

7.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물러난 나경원의 정치리더십도 유약합니다.
정치지도자라면 자신의 신념을 명확히 밝히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야 맞습니다. 스스로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불출마 압력’이라면 거부해야 맞습니다. 출마할듯 목소리를 높이다 갑자기 포기하려면 납득할만한 사유를 밝혀야 맞습니다.

8. 국민의힘의 비민주적 체질은 태생적 한계입니다.
보수정당의 계보를 보자면 이승만의 자유당, 박정희의 공화당, 전두환의 민정당은 모두 독재권력이 만든 시녀 정당이었습니다. 민주화 이후 김영삼의 신한국당, 박근혜의 한나라당까지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스타일에 여당 구실을 못했습니다. 이젠 구태를 벗어날 때가 됐습니다.
〈칼럼니스트〉
2023.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