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위 공무원이 맡을 자리에는 이보다 낮은 등급의 공무원이 발령됐다. 외교부 본부에서 고위 공무원이 보직 없이 대기하는 동안 재외 공관에서는 반대로 고위 공무원 보직이 빈 채로 남아있었다. 대기 중인 고위 공무원은 보직 없이 평상시 급여의 절반 이상을 받았다.
공무원 인사 관련 법령상 재외공관 부임이나 조직 개편을 앞두고 있는 등의 경우, 고위공무원이 보직 없이 단기간 대기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교부에서는 20%(32명)만이 이런 조건에 해당하는 경우였다. 80%(126명)는 법적 근거 없는 대기 발령이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매년 무보직 대기를 한 고위 공무원의 40~50% 가량이 외교부에 집중됐다.
외교부는 재외공관이 많은 부처 특성상 고위 공무원 수가 다른 부처에 비해 많고, 본부와 재외공관 순환 근무 체제로 인해 구조적으로 대기자가 발생한다고 해명했다. 또 최근에는 무보직 대기자를 최소화해, 임지가 내정되지 않은 채 2개월 이상 보직 없이 대기 중인 인원을 2명으로 줄였다고 했다.
재외 공관 관저를 국유화한다며 초고가 부동산을 매입한 것도 드러났다. 주중 대사관은 2019년 12월 공사(公使) 관저로 쓰겠다며 베이징의 445.86㎡(약 135평)짜리 아파트를 95억원에 사들였다. 인테리어 공사 비용 24억7800만원까지 포함된 금액이었다. 기존에 공사들이 관저로 쓰던 건물(210㎡·63.6평)보다 2배 컸다.
외교부는 재외공관을 임차하지 않고 매입하거나 신축하는 재외공관 국유화 사업을 추진해왔다. 2018년 초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10개 건물 국유화 계획에는 주중 대사관 공사 관저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주중 대사관은 2018년 4월 외교부에 관저 매입을 요구했다. 외교부는 같은 해 8월 기재부 담당 부서를 거치지 않고 예산 부서에 직접 별도 예산을 요청했다.
주프랑스 대사관은 파리 근교의 기존 관저가 이미 국유화돼 있었는데도 2021년 ‘테러 및 보안 위험이 있다’며 파리 도심에 수영장·사우나를 갖춘 4층 건물을 494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기존 건물은 주유네스코대표부 관저로 사용했다. 감사원은 “테러 및 보안의 위험이 구체적이고 현존하는 것으로 판단했다면 다른 관저로의 사용도 불허하는 것이 합리적인데도 모순된 조치를 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