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과일·간식 가득…이웃이 채운 ‘냉장고’

경남 거창군 남하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운영 중인 '행복이 남하도는 공유냉장고'에 주민들이 물품을 채우고 있다. 사진 거창군
이는 모두 남하면 주민들이 하나둘 기부한 물품이다. 공유냉장고 옆 ‘기부나무’에는 “유○○ 어부, 추어탕 5 밑반찬 10” “배○○, 블루베리잼 6병” “○○한과 20봉” 등 후원자와 후원물품 이름이 적힌 사과 모양 명패가 다수 걸려 있었다. 공유냉장고에 필요한 물품을 채우라며 남하면 행정복지센터에 후원금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각자의 방법으로, 이웃 간 ‘정(情)’을 나누는 데 동참하고 있다.
공유냉장고에 쌓인 물품은 지역 주민이면 누구나 공짜로 가져갈 수 있다. 다만 하루 3개까지 허용했다. 주로 노인 등 취약계층이 가져간다. 매월 이용횟수는 100~200건에 이른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겐 마을 이장이나 요양보호사가 전달한다. 1~2가지 반찬과 국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노인에 도움이 되고 있다.

경남 거창에 사는 한 독거노인 밥상. 사진 거창군
각자 가능한 방법대로…마를 새 없는 ‘정(情)’
공유냉장고를 이용한 주민이 매번 도움만 받는 것은 아니다. 남하면 천동마을에 사는 80대 박모 할아버지는 마을 이장을 통해 공유냉장고에서 식재료를 여러 차례 받았다. 박 할아버지는 이에 보답하고자, 지난해 여름 손수 만든 1m 길이의 나무지팡이 50개를 기부했다. 이 지팡이는 공유냉장고 옆에 진열한 지 이틀 만에 동이 났다. 알록달록하고 튼튼한 박 할아버지의 지팡이는 주로 할머니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여름 경남 거창군 남하면 행정복지센터 '행복이 남하도는 공유냉장고'에 기부된 '나무 지팡이'. 사진 거창군
“복지안전망 역할…공동체 결속에도 도움”
거창군 관계자는 “공유냉장고는 수혜자와 공급자가 따로 없다. 도움받고, 각자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도우면서 이웃과 이웃을 잇는 공동체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며 “향후에는 읍·면별 공유냉장고끼리 필요한 물품을 공유할 수 있도록 교류체계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남 거창군 남하면 행정복지센터 1층 출입구에 있는 '행복이 남하도는 공유냉장고'. 사진 거창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