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서울 한국기원에서 열린 KB바둑리그에서 대국 중인 신진서 9단. 신진서 9단은 이날 세 번이나 공식 대국에 출전했다. 사진 한국기원
신진서 9단은 3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KBS 신관스튜디오에서 열린 제41기 KBS 바둑왕전 4강전에 출전했다. 제한시간 5분, 30초 초읽기 5회의 속기 대국이었으나 4강전인 데다 상대가 랭킹 2위 변상일 9단이었다. 신진서 9단은 대국 시작 약 1시간 만에 흑 163수 불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3일 오후 7시 열린 킥스 신진서 9단과 포스코케미칼 박민규 9단과의 KB바둑리그 3라운드 세 번째 경기 첫 번째 대국 장면. 이날 신진서 9단이 둔 두 번째 공식 대국이다. 사진 한국기원
오후 11시가 다 된 시각. 킥스와 포스코케미칼의 경기가 2대 2로 마무리됐다. 팀 스코어가 2대 2가 되면 올해 새로 바뀐 규칙에 따라 바로 에이스 결정전을 치러야 한다. 에이스 결정전에 출전하는 선수는 각 팀 감독이 지명하는데, 킥스 김영환 감독이 주장 신진서 9단을 내보냈다. 오후 10시 55분. 신진서 9단은 바둑리그 1국이 끝난 지 약 2시간 10분 만에 다시 바둑판 앞에 앉았다.
상대는 랭킹 8위이자 포스코케미칼의 주장 원성진 9단. 원성진 9단도 이날 두 번째 출전이었다. 에이스 결정전 직전에 끝난 3국에서 킥스 박진솔 9단을 맞아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원성진 9단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으나 신진서 9단의 피로도가 더 심했다.
대국 시작부터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던 신진서 9단이 중반 우하귀 접전에서 “신진서답지 않은 실수(바둑TV 해설자 송태곤 9단)”를 두면서 바둑을 망쳤다. 이후 형세는 급격히 기울었고, 신진서 9단의 얼굴이 벌겋게 상기됐다. 신진서 9단은 대국 시작 1시간 18분 만인 4일 0시 13분 항복을 선언했다. 이로써 2021년 3월 27일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신민준 9단을 꺾으면서 시작된 국내 프로바둑 단일 기전 연승 행진은 678일 만에 마감됐다.

킥스 신진서 9단과 포스코케미칼 원성진 9단과의 KB바둑리그 에이스 결정전 대국 장면. 신진서 9단이 원성진 9단에 패하면서 단일 기전 연승 기록이 중단됐다. 사진 한국기원
한국기원 관계자는 “중국 갑조리그 일정이 늦게 확정되면서 KBS 바둑왕전 4강전 일정도 늦게 확정됐다”며 “그때만 해도 4강전에 신진서 9단이 출전할지 몰랐고 KBS 스튜디오도 3일에만 이용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기원 측은 “KBS는 신진서 9단이 3일 저녁 바둑리그에 출전한다는 사실을 알고 대국 시간을 1시간 앞당겨줬다”고 덧붙였다. 하루 세 판 대국은 2017년과 2018년 크라운해태배 예선전에서 몇 차례 있었으나 공식 대회 본선에선 처음 나왔다.
더 큰 문제는 하루 세 판 대국이 계속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코로나 사태로 중단됐던 중국 갑조리그가 3일 재개하면서 중국 갑조리그 일정과 바둑리그 일정과 상당 부분 겹친다. 신진서·변상일·박정환·신민준 등 국내 톱 기사 대부분이 중국 갑조리그에 출전 중이다. 이들 기사는 바둑리그 각 팀에서 주장을 맡고 있으며 에이스 결정전이 열리면 또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신진서 9단은 4일 오전 중앙일보에 “바둑리그는 언제든 없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고 세계대회에만 지장이 안 가면 된다는 생각이라서 세 판 두는 일이 자주 있지 않은 일이라 괜찮다”는 생각을 전해왔다. 3일 하룻동안 신진서 9단은 세 판의 대국에서 4시간 남짓 경기를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