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 비싼 에너지 시대, 에너지 과소비 스톱<2>

지난달 31일 아무 작품도 걸려있지 않은 구청 내 갤러리 공간에 여러 색상의 조명이 환하게 켜져 있다. 서지원 기자
인근 또 다른 구청. 아무도 없는 대형 세미나실에는 전등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훤한 대낮이라 자연 채광이 잘 되는 시간이었지만 관심을 갖고 관리하는 이는 없는 듯 보였다.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 부문은 지난해 10월부터 '에너지 다이어트 10'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에너지 절약과 효율 향상이 '발등의 불'이 됐기 때문이다. 실내 온도를 내리고, 필요 없는 조명을 꺼 에너지 사용량을 10% 이상 줄이겠다는 게 캠페인의 목표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5일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 정부로부터 받은 '지자체별 에너지 사용실적 점검 내역' 자료에 따르면 공공 부문 가운데 특히 지자체의 에너지 절감 실적이 눈에 띄게 저조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556개 공공기관의 에너지 사용량은 최근 3년 같은 달의 평균 사용량보다 4.4% 줄어드는 데 그쳤다. 더구나 목표치인 10% 이상 줄인 기관은 153곳(27.5%)에 불과했다. 공공기관 네 곳 중 한 곳 정도만 절감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특히 지자체는 나란히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의 11월 에너지 사용량은 3년 평균치보다 각각 1.9%, 0.04%만 줄었다. 시ㆍ도교육청(12.4%), 지방공사ㆍ공단(12.2%) 등과 비교하면 절감률이 거의 낙제 수준이다.

지난달 31일 점심시간 직후 아무도 없는 구청 내 대형 세미나실에 전등이 켜져 있는 모습. 서지원 기자
광역지자체 17곳 중 5곳은 11월 에너지 사용량이 3년 동월 평균치보다 늘었다. 특히 경기도의 증가 폭은 11.9%에 달했다. 이어 제주(6.7%), 경남(5%), 경북(2.2%), 충남(1.7%) 등도 에너지 사용이 증가했다. 10% 절감 목표를 달성한 건 전남·대전 단 두 곳이었다.
시·군·구로 내려가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기초지자체 224곳 중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한 곳은 절반 넘는 117곳이었다. 10% 절감 목표치를 맞춘 지자체(40곳)의 세 배에 가깝다. 특히 전북 14개 기초지자체 중 11곳에서 에너지 사용이 늘었다. 대전도 5개 자치구 가운데 4곳이 에너지를 더 많이 썼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한무경 의원은 "12월 이후 상황도 크게 차이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에너지 위기 시대에 지자체 등 공공 부문부터 에너지 다이어트에 모범을 보여야 민간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