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 비싼 에너지 시대, 에너지 과소비 스톱 <2>

지난달 16일 서울 잠실의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 내 밀키트 진열 냉장고에 문이 달려있다. 개방형으로 된 일반적인 마트와는 다른 풍경으로 에너지 비용 절감 등을 위한 장치다. 정종훈 기자
하지만 효과도 즉각적이었다. 냉장 장치를 덜 돌려도 되니 전기요금이 적게 나오는 데다, 온도가 잘 유지돼 폐기되는 상품도 줄었다고 한다. 이철민 롯데마트 안전관리부문장은 "고객들도 거부감을 보이기보다는 진열 식품이 더 신선해 보인다며 긍정적으로 봐 준다"면서 "에너지 비용을 아낀 만큼 이익도 늘어 마트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서울 성내 2차 e-편한세상 지하주차장 내에 LED 조명이 켜져 있다. 아파트 차원의 투자로 오래 된 형광등을 고효율 LED로 교체하면서 조도는 높아지고 소모 전력은 줄였다. 정종훈 기자
적지 않은 돈을 들였지만, 전기요금 절감 효과가 생각보다 커 5년 뒤면 투자비를 모두 뽑을 것이란 예상이다. 요즘처럼 전기료가 많이 오르면 회수 예상 시점도 그만큼 빨라진다. 김경혁 관리사무소장은 "조명을 바꾼 뒤 주민들도 주차장이 한층 밝아지고 이용하기도 편해졌다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난방비 폭탄 다음은 전기료…에너지 다이어트 '필수'

3일 서울 시내의 한 빌라 우편함에 1월 전기요금 청구서가 꽂혀있다. 연합뉴스
당장 1월 요금부터 오른 요금이 적용된다. 하지만 충격의 강도는 기업과 가구마다 차이가 있다. 일찌감치 '에너지 군살 빼기'에 나선 기업과 아파트 단지 등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기기 효율화 나선 중기 "준비 안 했으면 큰일 날 뻔"

지난달 16일 경기 화성의 뿌리기업인 상원 공장 내 사출 기계 모습. 따로 인버터(오른쪽 하단)를 설치해 모터 가동에 따른 에너지 소비를 줄였다. 이 기업은 공장 내 모든 기계를 고효율로 바꿨다. 화성=정종훈 기자
이형주 상원 대표는 "유압모터를 쓰는 사출 공장은 전기요금이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자금의 여유가 있을 때마다 효율화에 투자했다"면서 "전기료도 계속 올라가는데 미리 준비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 내 유제품 진열용 냉장고 하단에 붙어있는 안내문. 에너지 절약과 신선도 유지 차원에서 문을 닫아달라는 부탁이 담겼다. 정종훈 기자
이 때문에 2009년부터 마트 조명을 전력 소모가 적은 LED로 바꾸고, 2015년께 무빙워크 속도도 늦추는 등 에너지 절약에 일찍이 나섰다. 올여름까지 전국 모든 마트에 진열용 냉장고 문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철민 부문장은 "올해는 에너지 비용이 더 올라 900억원 이상 나올 듯하다. 그나마 냉장고 문 달기 같은 효율 향상으로 연간 수십억원을 절감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파트선 에너지 캐시백 활용…"전기 코드 뽑고 외출"

지난달 13일 대구 태전휴먼시아 1단지 내 게시판에 걸린 에너지 캐시백 안내문. 대구=서지원 기자
정부는 현재 시범 사업 중인 '에너지 공급자 효율 향상 의무화 제도'(EERS)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한전·가스공사 등 에너지공급자에 판매량과 비례하는 절감 목표를 부여해 효율화 투자와 지원을 유도하는 제도다. 현장에서는 특히 중소기업 등에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원의 이형주 대표는 "주변 영세 업체들도 에너지 효율 개선에 관심은 있지만 비용 부담에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한전 등의 지원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될 텐데 몰라서 못 하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설비 지원이 절실하다"면서 "여기에 중소기업서 만든 고효율 기기를 쓰면 산업적으로도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