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잠실동 엘스, 리센츠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서울의 중대형(85㎡ 초과) 아파트는 선방하고 있다. 중소형 평형에 비해 가격 하락세가 상대적으로 덜하고, 일부 단지에선 오히려 신고가로 팔린 아파트가 등장한다. 이에 따라 중소형에서 중대형으로 옮기는 ‘아파트 갈아타기’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서울의 135㎡ 초과 아파트값은 1년 전보다 3.1% 하락했다. 102~135㎡는 5.5%, 85~102㎡는 5.4% 내렸다. 같은 기간 60~85㎡는 7.8%, 40~60㎡는 9.9% 떨어졌다. 집이 클수록 하락 폭이 작았던 셈이다. KB국민은행 통계도 비슷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60~85㎡와 60㎡ 이하 아파트값은 각각 5.3%, 7.4% 떨어졌지만 102~135㎡는 2.7% 내렸다. 135㎡ 초과는 오히려 1.3% 올랐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 84㎡와 108㎡도 1년 반 전 집값 차이가 3억~4억원이었지만, 최근엔 7억원으로 커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집값 거품이 잔뜩 낀 중소형보다 중대형이 덜 빠졌다”며 “같은 동네에서도 중소형 아파트를 팔아 중대형으로 갈아타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공급 부족도 한 원인이다.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건설사들이 중대형 공급을 크게 줄인 탓에 희소가치가 커진 것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15년 서울 입주 아파트의 23%였던 중대형 비중은 지난해 10%에 그쳤다. 기존 아파트 사정도 비슷하다. 이른바 ‘엘리트’라 불리는 잠실동 엘스·리센츠·트리지움 1만4937가구 중 85㎡ 초과 중대형은 12.7%(1900가구)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같은 단지에서도 중대형은 매물 자체가 적고 값싼 급매물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중대형은 가격 부담이 크지만, 최근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이 허용되는 등 자금조달 여건이 좋아진 데다 ‘똘똘한 한 채’ 수요가 꾸준하다”며 “중소형과 중대형 간 집값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