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8일 국회 교육위원회 김병욱(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지방대 의학계열(의학·치의학·한의학 등, 대학원 제외) 졸업자 중 근무지가 확인된 1만3743명 가운데 5923명(43.1%)이 지역을 떠나 서울·인천·경기 지역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인재전형 선발자도 졸업 후 수도권으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역인재전형 입학생조차 졸업 후 수도권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 전라도 지역의 한 의대는 지역인재전형으로 신·편입학해 2021~2022년 졸업한 학생 36명 중 7명(19.5%)이 서울로 취업했다. 경상도의 한 의과대학도 2018~2022년 졸업한 지역인재전형 신·편입생 92명 중 14명(15%)이 수도권으로 거취를 옮겼다.
지역인재전형은 해당 지역의 고등학교 졸업자가 지원할 수 있다. 2028학년도부터는 ‘비수도권 중학교 및 해당 지역 고등학교 전 교육과정 이수·졸업자’로 자격 요건이 강화된다. 지방 출신이 아닌데도 의대 진학을 위해 고교만 지방으로 옮기고, 졸업 후엔 지방을 떠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의대 중도 이탈 74%가 지방대…“의대도 대학간판 중요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비수도권 의대 자퇴 후 서울의 한 의대에 다시 입학한 A(21)씨는 “환자들도 서울 의대 출신 병원을 선호하니 선배들조차 ‘가능하면 반수 해서 서울 가라’고 할 정도였다”며 “지방에서 개원해 잘 살 수도 있겠지만 수도권으로 가고 싶을 때 받아주는 곳이 없을 것 같아 지금 바꾸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교육계 일각에선 지역인재전형 비율이 늘면서 지방 의대 경쟁력이 낮아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의 한 의대 지역인재전형 합격선은 288.9점(국·수·탐 환산점수)으로 일반전형 합격선(294.6점)보다 5.7점 낮다. 대부분 의대가 지역인재전형의 합격선이 낮고, 경쟁률도 낮은 편이다.
“외국은 지방 개원 시 보조금 지급…유인책 마련해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수도권으로 몰리는 우수 인재를 붙잡기 위해선 좀 더 적극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김계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외국의 사례처럼 의료 취약지에 의사들이 공동 개원할 때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간호사 등 보조 인력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며 “의사가 지역 근무를 꺼리는 이유, 현재 및 장래의 지역 의료 수요 등을 정확히 파악해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