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슨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3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3 박람회에서 참가자들과 사진을 찍는 모습. 그의 기조연설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행사장에 몰렸다. 연합뉴스
엔비디아가 30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20조원)를 찍었다. 장 초반 주가가 치솟으면서 전 거래일 대비 7.68% 오른 419달러를 기록하면서다. 이후 상승 폭이 줄면서 종가 기준으로는 1조 달러를 조금 못 미친 상태에서 마감했지만, 반도체 기업 사상 최초로 ‘1조 달러 클럽’에 오르는 역사를 쓴 것이다.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 됐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엔비디아는 1993년 AMD 엔지니어 출신인 젠슨 황을 포함해 3명이 공동 창업한 회사다. 초창기에는 중앙처리장치(CPU) 생산을 기획했다가 시장 진입이 어렵다고 판단해 게임을 실감 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그래픽카드 개발로 눈길을 돌렸다. 초창기만 해도 컴퓨터 그래픽은 CPU에서 처리가 가능했지만, 그래픽 수준이 높아지며 이를 실시간으로 처리해 줄 장치가 필요했다. 엔비디아는 1999년 ‘지포스256’을 내놓으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꾸준히 GPU 강자로 자리매김 오던 엔비디아가 시장의 조명을 받은 건 2017년부터였다. 코인 열풍으로 이 회사가 공급하는 그래픽카드의 품귀 현상이 일어나면서다. 암호화폐 채굴은 복잡한 계산을 반복해야 하는 특성상 CPU에 비해 GPU가 더 효율적이기에, 수요가 폭등하며 주가도 함께 치솟았다. 엔비디아 주가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요 급증에 다시 오름세를 보이며 2020년 8월 삼성전자의 시총을 뛰어넘었다. 최근에는 챗 GPT 등 거대 AI 개발을 위한 GPU 시장의 90%를 차지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2021년 타임스지는 젠슨황 엔비디아 CEO를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으로 선정했다. 타임스지
성공 비결은 미래를 내다본 선택
최근에는 머신러닝이 보편화하며 쿠다의 중요성도 상승하고 있다. 쿠다는 엔비디아 이외의 그래픽카드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개발자들이 AI 개발을 하기 위해선 엔비디아 GPU와 함께 쿠다를 사용해야 하며, 이는 엔비디아가 시장에서 독주할 수 있는 생태계를 형성한 것이다. 황 CEO는 “엔비디아는 딥러닝의 잠재력을 일찍 확인하고 준비했다. 10년 후 AI 혁명이 시작됐고 전 세계 개발자들이 필요로 하는 기업이 됐다”고 말했다.
사업 비전과 맞지 않으면 눈앞의 거대한 시장도 결연하게 포기했다. 2010년 스마트폰 태동기 때 구글 안드로이드와 엔비디아는 좋은 파트너였다. 질주하는 호랑이 등에 올라탈 기회를 잡은 것이다. 황 CEO는 그러나 “새로운 컴퓨팅 혁명을 하겠다는 비전이 있었기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빠르게 철수했다”며 “전략적인 탈출이 성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지난 29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3 박람회에서 젠슨황이 자사 신제품을 손에 들고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잡스의 터틀 넥, 황의 가죽 재킷
쇼맨십도 뛰어나다. 스마트폰과 같은 완성형 제품이 아닌, 중간재인 반도체를 가지고도 그는 멋진 퍼포먼스를 매번 선보인다. 최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박람회 기조연설에서는 자사 신제품인 슈퍼칩을 손에 들고 연설을 이어갔다.

2020년 엔비디아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젠슨황은 오븐에서 반도체를 꺼내며 ″이것은 세상에서 가장 큰 그래픽 카드입니다″라고 소개했다. 엔비디아 유튜브 캡처
2021년 타임은 황 CEO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하며 “세계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CEO 중 한 명이며 자비로운 관리자이자, 과학과 기술 교육에 대한 관대한 후원자”라고 평가했다. 2017년 포춘은 그를 ‘올해의 사업가’로, 2019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재임 동안 가장 우수한 성과를 거둔 ‘세계 100대 CEO’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