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신분증 사본도 보내"…中, 홍콩주재 영사관 직원 개인정보 요구

중국 정부가 홍콩 주재 각국 총영사관에 현지 고용 직원의 신상이 담긴 개인정보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당국이 홍콩의 각국 영사관에 이같은 정보를 요구한 것은 처음이어서, 홍콩에 대한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를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라는 풀이가 나온다. 현지에선 지난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정 반간첩법과 무관치 않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중국 당국이 홍콩의 각국 총영사관에 현지 고용 직원의 개인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홍콩의 한 쇼핑몰에 걸린 중국 국기와 홍콩특별행정구 깃발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홍콩의 각국 총영사관에 현지 고용 직원의 개인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홍콩의 한 쇼핑몰에 걸린 중국 국기와 홍콩특별행정구 깃발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19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의 홍콩 사무소에 해당하는 주홍콩 특파원공서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한을 홍콩의 모든 외국 총영사관에 보냈다. 해당 서한에는 다음 달 18일까지 각국 총영사관이 현지에서 고용한 직원들의 직함, 거주지, 직무 개시일, 국적, 신분증 번호, 여권 정보, 비자 정보 등은 물론 신분증 사본까지 제출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 측은 이런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따른 것”이라고만 통보했다. 해당 협약은 국가 간의 영사관계를 규율하는 기본법으로, 영사관계 및 특권과 면제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주홍콩 한국총영사관도 18일 저녁 같은 내용의 서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영사관 측은 “현재 내용에 대해 내부 검토 주”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의 외교 업무는 중국 정부가 맡는다. 하지만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본토와 달리 홍콩에선 이같은 정보를 외국 영사관에 요구한 적이 없다. 홍콩에는 현재 총영사관 63곳과 명예영사관 53곳이 있다. 


지난 7월 10일 홍콩에서 한 여성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카추 홍콩 행정장관의 모습이 담긴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7월 10일 홍콩에서 한 여성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카추 홍콩 행정장관의 모습이 담긴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익명의 한 홍콩 주재 외교관은 SCMP에 “중국이 점점 홍콩 주재 공관에 대한 대우를 중국 본토처럼 하려 한다”며 최근 들어 빨라지고 있는 ‘홍콩의 중국화’를 우려했다. 또 다른 외교관은 “직원들의 개인 정보를 중국 측에 넘기는 것을 거부할 경우 현지 직원들이 어떤 일을 당할지 우려된다”며 “우리는 직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해당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SCMP에 말했다.  

일각에선 중국 당국이 홍콩에서 개정 반간첩법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란 풀이도 나온다. 개정 반간첩법은간첩 행위의 적용 대상을 기존 ‘국가 기밀 정보의 탈취와 정탐, 매수’에서 ‘국가 안전과 이익에 관한 문건’ 등으로 범위를 확대해 현지에선 “털면 털린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앞서 주중 한국대사관은 여행객과 교민들에게 “민감할 것으로 보이는 자료나 지도, 사진, 통계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저장하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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