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년 전 부모를 잃고 영국에서 사망한 비운의 에티오피아 왕자가 머리카락만 고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22일(현지시간) BBC 보도에 따르면, 주영 에티오피아 대사는 21일 오후 열린 기념식에서 "140여년 전 숨진 알레마예후 왕자의 머리카락과 테워드로스 2세 황제의 요새에서 약탈당한 유물을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에티오피아 대사는 그러면서 "앞으로 다른 유물 반환도 계속 압박하겠다"고 덧붙였다.

 
알레마예후 왕자는 1868년 영국에 포로로 끌려가 1879년 18세에 병으로 요절한 인물이다.

왕자의 아버지인 테워드로스 2세 황제는 1862년 아비시니아(에티오피아의 옛 이름)를 더 강하게 만들고자 영국 빅토리아 여왕에게 동맹을 맺고 싶다고 서한을 보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이에 유럽인들을 인질로 잡았는데 그중에 영국 영사도 있었다.


 
영국은 군대를 보내서 인질을 구출했는데, 이때 요새에 있던 유물을 대거 약탈하는 한편 왕자와 왕자의 어머니인 티루워르크 위베 황후까지 데려갔다. 황제는 요새에서 싸우다가 "포로가 될 수 없다"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빅토리아 여왕은 고아가 된 왕자를 가엾게 여겨 후원하고 후견인도 지정해줬지만, 왕자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 데다 추운 날씨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했다.

왕자가 집에 가고 싶다고 요청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그는 리즈에 있는 개인 주택에서 과외를 받았는데, 그러다 폐렴으로 추정되는 병에 걸리고 말았다. 

왕자는 자신이 병에 걸린 것이 누군가 자신을 노려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 치료를 거부하기도 했다. 결국 1879년 18세 때 사망했고, 여왕은 그를 윈저성 성조지 대성당 지하 묘지에 묻어줬다. 

왕자의 머리카락은 당시 영국 내 후견인이었던 트리스트람 찰스 소여 스피디 대위가 갖고 있었다. 뉴질랜드에 사는 스피디 대위의 후손은 캐나다 방송 CBC 인터뷰에서 "가족 가보 중에서 머리카락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한편 에티오피아는 다른 유물 반환과 함께 왕자 유해 송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영국 왕실이 거부하고 있다.

 
버킹엄궁 대변인은 지난 5월 BBC에 보낸 성명에서 "왕자의 유해를 옮기다가 다른 유해까지 건드릴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변에 있는 상당수의 다른 유해들을 건드리지 않고 유해를 발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