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비대증도 나았다고? 맨발 걷기 숭배자와 걸어봤다

전국에 부는 맨발 걷기 열풍

호모트레커스
호모트레커스 큐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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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일원동 대모산에는 ‘맨발 노마드(Nomad·유목민)’들이 몰려듭니다. 신발을 신은 사람보다 벗은 이들이 더 많습니다. 대모산 흙길 4㎞를 매일 걸었더니 콜레스테롤 수치가 뚝 떨어졌다는 이도 있습니다. 지자체들도 앞다퉈 황톳길을 조성하면서 전국적으로 ‘맨발 걷기’ 열풍이랍니다. 맨발로 직접 대지를 느끼는 체험. 몸과 마음이 치유된다는 이들이 많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 맨발 걷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 맨발 걷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

지난달 19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일원동 대모산(293m) 북서쪽에서 구룡산(306m)으로 이어지는 언덕, 맨발로 걷는 이들이 속속 올라왔다. 30분 동안 맨발로 걷는 사람과 신발을 신은 사람의 숫자를 세어보니 78 대 36이었다. 맨발로 걷는 이들이 두 배다. 10여 분 후 100여 명의 사람이 맨발로 우르르 몰려왔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맨발운동본부)가 매주 토요일 여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대모산이 맨발 걷기 열풍의 진원지로 불리는 이유다. 

“근처 사는데 대모산 흙길 4㎞를 하루 두세 번씩, 석 달째 걷고 있어요. 갱년기 이후 고지혈·고혈압에 우울증약까지 먹고 있었는데, 약을 끊고 열심히 걷고 있어요. 일단 기분이 좋아요, 잠도 잘 오고요.” 60대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2주 뒤인 지난 2일 이 길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지난주 병원에서 검사했는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약을 먹어도 230이었는데, 약 안 먹고 180으로 떨어졌어요. 다음 검사 때 결과가 어떨지 몰라 소문내지 않고 묵묵히 걸어보려고요.”

아프지 않은 이들도 맨발을 선택한다. 지난 9일 서울 청계산에서 만난 박모(56)씨는 “기분이 좋은 것 말고도 지압 효과, 밤에 잠을 잘 자는 건 확실하다. 산을 맨발로 오르려면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그래서 운동 강도와 피로도가 등산화를 신을 때보다 두세 배는 더하다. 등산화를 신고 산을 걸을 때보다 확실히 몸에 좋다”고 했다.

인천 무의도 하나개 갯벌을 걷는 맨발 걷기 동호인들.

인천 무의도 하나개 갯벌을 걷는 맨발 걷기 동호인들.

전국이 맨발 걷기에 빠졌다. 더 건강해지기 위해, 힐링을 위해 걷는다. 특히 중장년층이라면 대부분 겪고 있는 수면 장애, 당뇨·고혈압·고지혈증 등 성인병 치료와 예방을 위해 걷는 이가 부쩍 늘었다. 박동창(71) 맨발걷기운동본부 회장은 “맨발 걷기의 효과를 스스로 체득하면서 열풍이 불고 있다”며 “지자체들도 앞다퉈 황톳길 조성에 나서고 있다. 7년 전부터 해온 맨발 걷기 운동이 이제야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맨발로 산에 오르는 이들은 예전에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이들을 보는 시선은 ‘기인’ 또는 ‘이상한 사람’에 가까웠다. 등산화를 신고 걸어도 충분히 운동이 되고 기분이 좋은데, 돌과 모래·자갈 길을 굳이 맨발로 걷는다는 게 ‘유난스럽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르다. 전국 산, 둘레길, 공원의 흙길·황톳길에서 맨발로 걷는 이가 부쩍 늘었다. 무엇이 사람들을 맨발로 걷게 했을까.


김영주 기자가 대전 계족산성 메타세쿼이아 길을 맨발로 걷고 있다. 김영주 기자

김영주 기자가 대전 계족산성 메타세쿼이아 길을 맨발로 걷고 있다. 김영주 기자

맨발 걷기에 열심인 이들은 대부분 ‘자연치유’를 언급했다. 10여 년 전부터 맨발 걷기를 해왔고 지금은 아내, 자녀 3명과 함께 하는 임종호(58)씨는 “20대 시절부터 전립선 비대증이 있었는데 수십 년 동안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다가 맨발 걷기를 하면서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픈 고관절과 비염도 나아졌다”며 “일부에선 (맨발 걷기로 병을 고쳤다는) 대체의학이 미신이라고 하지만, (대체의학은) 인문학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인문학적 이해란 “과학과 기술이 다가 아닌, 사람과 자연은 하나라는 천지인(天地人)의 관점에서 자연과 가까이 생활해야 건강해지고 아픈 몸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은 “삼시 세끼하듯 하루 세 번 꾸준히 맨발로 걸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경록 기자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은 “삼시 세끼하듯 하루 세 번 꾸준히 맨발로 걸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경록 기자

그러나 자연치유 전문가들도 현대의학을 멀리하고 자연치유에만 빠지는 것은 경계했다. “대체보완의학은 상당한 근거가 있다. 지난 20년간 의사들은 부인했지만, 최근엔 이를 인정하는 흐름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맨발로 걸으면 병이 낫는다’ 이렇게 받아들여선 안 된다. 인간의 몸은 본래 항상성을 갖고 있으며, 또 자연치유력에 의해 병을 이겨낼 면역력이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병을 낫게 할 순 없으며, 현대의학과 같이 통합해 치료와 치유를 병행해야 한다. 그것이 요즘 회자하는 통합의료다”라고 함용운 한국자연치유학회장(고려대 물리치료학과 명예교수)은 말했다.

이연택 한국관광정책연구학회장(한양대 관광학부 명예교수)은 “2000년대 들어 미국에서 요가·명상이 유행하다 2010년대에 피크를 이뤘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에 오히려 줄었다. 자연적인 것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공허감을 느끼고 나중에 실망하는 경우가 생긴 것”이라며 “맨발 걷기가 나쁠 건 없지만 지나치면 안 된다. 특히 ‘병을 고친다’는 쪽에 치우치면 오히려 반치유·반사회적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