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내라"vs"박원순∙오거돈은?"…강서구청장 선거 '40억 공방'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왼쪽)와 진교훈 민주당 후보가 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왼쪽)와 진교훈 민주당 후보가 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선거비용 40억원’ 공방에 불이 붙었다.  

포문은 야권이 열었다.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공식선거운동 시작일인 지난달 28일 강서구 화곡역 인근에서 가진 출정식에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선거비용 40억원 혈세를 축내고 다시 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에 대해 우리는 ‘40억원을 물어내라’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강서구청장에 뽑힌 김 후보가 올해 5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확정판결(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받아 구청장직을 잃는 바람에 선거가 치러지는 점을 지적한 말이다.

김 후보 발언도 논란을 키웠다. 김 후보는 같은 날 강서구 발산역 인근 유세에서 “40억원은 제가 (당선되면 예산 확보나 기업 유치 등으로) 1년에 1000억원 넘게 벌어들이기 위한 수수료 정도로 애교 있게 봐달라”고 했다. 이에 “파렴치한 변명이자, 후안무치한 발언”(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이라는 격한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모아타운 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모아타운 추진위원회 간담회'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모아타운 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모아타운 추진위원회 간담회'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이에 국민의힘은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을 소환하며 반격에 나섰다. 김기현 대표는 2일 강서구 주민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보궐선거 비용 40억원이 드는 것은 유감이다. 지출이 안 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이번 선거는 김 후보가 공익 제보를 한 일로 (구청장직을 잃으며) 벌어진 선거”라고 했다. 김 후보 개인 비리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 재직 시절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일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민주당 소속이었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범죄로 인해 치러진 보궐선거는 총비용이 964억원 들었다”며 “세 사람 때문에 1000억원 가까운 돈이 들어갔는데 민주당은 아무런 반성이 없다. 그런데 40억원을 얘기할 자격이 있느냐”고 했다.


다만 여권은 ‘40억원 공방’이 더 번지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김 후보의 ‘애교’ 발언에 대해 ‘후보가 실수했다’는 선대위 내부 목소리가 작지 않다”며 “일단 민주당 전임 단체장 비위 문제를 제기하며 반격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강서구 일대 고도제한 완화, 원도심 개발공약 등을 통해 선거 초점을 정치 이슈에서 생활 밀착 이슈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정식 청년대변인은 “민주당 후보도 고도제한 완화 공약을 꺼냈지만, 이는 이미 김 후보가 구청장을 지냈을 때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추진했던 사업”이라며 “국민의힘은 강서구 숙원사업을 반드시 풀겠다”고 했다. 개발이슈에 대한 강서구 유권자 관심이 큰 만큼 ‘힘있는 여당 후보’라는 선거 캠페인이 어느정도 먹혀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왼쪽)와 진교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1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화곡동 까치산역 앞에서 유권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왼쪽)와 진교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1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화곡동 까치산역 앞에서 유권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반면에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을 기점으로 정치 이슈를 띄우고 있다. 강서구 거주 야권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정권 심판론’을 키우는 것이다. 이 대표는 영장이 기각된 지난달 27일 오후 진 후보와 통화하면서 “이번 보궐선거는 ‘정권심판’ 선거인 내년 총선의 전초전이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했다.

특히 민주당은 10월 6~7일 치러지는 사전투표에 집중하고 있다. 본 투표일(11일)이 평일이어서 투표율이 비교적 낮을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사전투표에서 지지층을 최대한 투표장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2일 강서구 유세에서 “지지를 한다고 진교훈 후보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투표장에 나가서 찍어야 이긴다”며 “사전투표에 유세장에 모인 여러분 모두가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