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서울 회고전을 앞두고 중앙일보와 만난 정지영 감독. 하얀 전쟁〉으로 대종상, 도쿄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과 대상을, 〈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로 백상예술대상 감독상과 청룡영화상 대상을 받았다. 그런데도 그는 아직 최고의 영화를 만들지 못했노라 고백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는 정지영(77) 감독이 한국영화의 최근 글로벌 인기 요인을 자유로워진 창작 환경에서 찾았다. 그는 80년대부터 지금껏 상업영화 시장에서 활동해온 거의 유일한 ‘현역’ 감독이자, 한국영화사의 산 증인이다. 그의 40주년을 기념한 첫 회고전이 지난달 서울에 이어 이달 18일 개막하는 영국 런던아시아영화제에서 열린다. 지난달 21일 서울 상암동 DMC첨단산업센터 창작공간 ‘디렉터스존’에서 정 감독을 만났다.
안성기와 금기 도전한 '남부군' '하얀전쟁'

영화 '남부군'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안성기(오른쪽)와 고 최진실. 중앙포토
시대 참여적인 주제의식은 최근작까지 이어진다. 대학교수의 석궁 테러 실화를 법정 드라마로 옮긴 ‘부러진 화살’(2011), 론스타 게이트를 다룬 ‘블랙머니’(2019) 등이다. 아들 정상민 대표와 영화제작사 아우라픽처스를 통해 ‘직지코드’(2017), ‘천안함프로젝트’(2013) 등 역사‧사회적 다큐멘터리 제작에도 참여해왔다. 다음달 1일엔 강도 살해범으로 몰린 청년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은 실화를 극화한 17번째 극영화 연출작 ‘소년들’이 개봉한다.
그는 “정지영의 욕구는 사회 문제나 우리의 삶을 한 개인이 아닌, 환경‧사회‧정치가 어우러진 형태로 다루는 것이다. 사랑의 관념조차 옛날과 다르지 않느냐”며 “다만, 관객한테 외면받는 영화는 원치 않는다. 내가 아티스트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유”라고 했다. “평론가들이 아무리 칭찬해도 관객이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면서다.
다음은 정 감독과의 일문일답.
![론스타 게이트 사건을 조명한 '블랙머니'(감독 정지영).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10/12/7a655c4b-597d-4f3f-9129-55c227801230.jpg)
론스타 게이트 사건을 조명한 '블랙머니'(감독 정지영).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회고전엔 ‘남부군’, ‘하얀전쟁’,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1994),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2012), ‘블랙머니’ 등 8편이 상영된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는 디지털 복원 버전을 처음 선보인다. 정 감독이 영화계를 향한 고민을 담은 공동 연출 다큐 ‘영화판’(2012)도 소개된다.

한 유부녀의 음모를 따라가는 누아르풍의 미스터리영화 '블랙잭' 촬영장에서 포즈를 취한 정지영 감독과 주연배우 강수연, 최민수씨이다. 중앙포토
평균 제작비 2억원 시대 14억 전쟁 대작

대학 입시시험에 출제된 수학 문제 오류를 지적한 뒤 부당하게 해고된 김경호 교수의 실제 이야기로 만든 영화 〈부러진 화살〉. 정지영 감독은 이 영화로 33회 청룡영화상 감독상을 받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까’(1998) 이후 준비하던 ‘아리랑’이 불발되며 13년이나 벌어진 공백은 ‘부러진 화살’로 뛰어넘었다. 배우 문성근의 추천으로 실제 사건의 법정 르포를 읽고 매료된 정 감독이 안성기 주연 영화로 만들어 실화까지 재조명되며 전국 342만 관객을 동원했다.
외화 상영관에 뱀 풀었는데…한국영화 상전벽해

영화배우 안성기씨, 영화감독 정지영씨 등 영화인들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22일 서울 강남의 한극장에서 스크린쿼터 지키기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사는가, 이 좌표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영화 속에 담고 싶죠. 성격이 그래요. 막연한 게 없어야 시원해지죠.”
그 자신도 부단히 연구 중이란다. 차기작으로 제주 4‧3사건 소재 작품과 백범 김구 암살 사건을 각각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의 40년을 묻자, 그는 빙그레 웃었다. "40년은 모르겠고, 4년은 자신 있어요. 미래가 궁금합니다. 절대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까요."
![감독 정지영, 주연 최민수(사진) 독고영재의 영화 '헐리우드키드의생애'는 영화광 청년들의 운명을 쫓았다. [하이틴]](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10/12/6d223238-19d3-4c3f-9d37-88d2070ba56a.jpg)
감독 정지영, 주연 최민수(사진) 독고영재의 영화 '헐리우드키드의생애'는 영화광 청년들의 운명을 쫓았다. [하이틴]

월남전 소재 '하얀 전쟁'의 현지 촬영중인 정지영 감독(오른쪽)과 안성기씨가 베트남 촌락 수색작전을 찍은뒤 다음 계획을 상의중이다. 중앙포토

92동경국제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정지영 감독(가운데)과 배우 안성기(오른쪽)씨. 중앙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