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실적을 발표한 삼성화재는 지난해 당기 순이익이 1조82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세전 이익은 11.7% 성장한 2조4446억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 2조원을 돌파했다. 장기·자동차·일반 보험이 고르게 성장하면서 이익을 끌어올렸다. 같은 날 나온 메리츠화재 실적도 이전보다 점프했다. 지난해 당기 순이익은 1조574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2022년(8683억원·예전 국제회계기준 적용)보다 크게 뛰면서 연간 1조원 선을 처음 넘어섰다.
이에 따라 지난해 5대 손해보험사(삼성·현대·DB·KB·메리츠) 중에서 DB손해보험(1조5367억원)을 비롯한 3곳이 순이익 1조원을 찍었다. KB손해보험의 순이익도 7529억원으로 1년 새 35.1% 급증했다. KB금융지주 비은행 계열사 중 순익 1위를 기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장성 상품 확대, 자동차보험 이익 개선 등으로 손보사 실적이 전반적으로 잘 나온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23일 실적을 낸 현대해상은 실손 보험금 지급 증가 등으로 순이익(8057억원)이 주춤했다. DB손보도 괌·하와이 재해에 따른 손해 증가 등으로 순익이 줄었다.
반면 생보업체 실적은 상대적으로 밀리는 추세가 뚜렷하다. 3대 생명보험사(삼성·한화·교보) 가운데 삼성생명만 지난해 당기 순이익(1조8953억원)이 1조원을 넘겼다. 전년 대비 19.7% 증가한 수치다. 한화생명의 순이익은 826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 느는 데 그쳤다. 다음 달 실적 공시 예정인 교보생명도 지난해 3분기까지 순이익이 6035억원으로 연간 1조원 달성과 거리가 멀다.
이는 2021년까지 삼성·한화 2개사가 1조원 선을 넘겼던 것과 대조적이다. 생보업계는 2021년 당기 순이익(전체 회사 합산)에서 손보업계에 역전을 허용한 뒤 점차 격차가 벌어지는 양상이다. 증시 약세로 주력 상품인 변액보험 판매가 줄고, 저출산·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신계약도 주춤해진 여파로 풀이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생보사들이 업계 실적을 주도해왔지만, 최근엔 상품 라인업이 다양한 손보사들이 주도권을 쥔 상황"이라면서 "생보업계의 올해 실적 전망도 좋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호조를 보인 손보사들도 마냥 웃긴 어렵다. 금융당국의 '상생·사회공헌' 압박이 거세질 수 있어서다. 당장 이달부터 각사는 상생 금융 동참 차원에서 자동차보험료를 최대 3% 수준에서 내린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작년 실적을 확인한 금융당국의 상생 요구가 더 강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따뜻한 날씨에 따른 차량 이용 증가 등으로 전년 동기보다 나빠진 것도 올해 실적엔 악재다.
성장성이 점차 떨어지는 생보사들은 노인 요양 등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치열하다. 보험연구원은 "올해는 더 낮은 저성장, 환경 변화 지속이 예상되기 때문에 보험 산업의 미래 성장성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각 회사가 적극적으로 다양한 도전을 해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