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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러한 온라인 게시물을 보고 동남아로 향했다 취업 사기는 물론 납치와 감금을 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미얀마·라오스·태국 등 3개국이 접해 있는 산악 지대인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인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28일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골든트라이앵글 지역 국가와 캄보디아 등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 코로나 19 이후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불법 행위를 강요하는 취업 사기로 인해 피해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며 "라오스와 미얀마의 한국인 피해자 대부분이 태국을 경유해 입국하는 만큼 다음 달 1일 0시부터 태국 북부 국경검문소 2개소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에서 취업 사기를 당했다고 신고한 한국인은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4명에서 지난해 94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 한 달 새 38명의 피해가 신고됐다. 누적 신고 건수는 55건으로 지금까지 총 140명의 한국인이 이 지역에서 피해를 당했고 모두 무사히 구출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1월 골든트라이앵글에 속하는 미얀마 타칠레익의 한 불법 업체에 한국인 19명이 감금된 채로 발견된 사건이다. 이들은 업체에서 풀려난 후에도 미얀마 당국으로부터 범죄 가담 여부를 조사 받느라 한 달 가까이 구금됐다. 실제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에서 납치·감금됐던 한국인들이 현지 조직에 의해 강제로 가담한 불법 행위로 인해 피의자로 전환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의 범죄 조직들은 고수익을 미끼로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 글을 올려 한국인을 해외로 유인한 뒤 여권과 휴대전화를 뺏고 감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보이스 피싱, 투자 사기, 로맨스 스캠, 성매매 등 각종 불법 행위를 강요하는 식이었다. 텔레그램으로 피해자를 개별적으로 접촉해 항공권과 숙식을 보장하겠다고 꾀어내는 경우도 있었다.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의 취업 사기 및 납치 범죄는 한국인뿐 아니라 동남아 지역의 국민 다수도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앞서 정부는 골든트라이앵글 미얀마 측 지역에 이어 라오스 측 지역도 지난 1일부터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별도의 허가 없이 이 지역에 머무를 경우 여권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이 지역은 외교관이나 변호사가 접근하기도 어려워 영사 조력이 쉽지 않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얀마 타칠레익, 라오스의 골든트라이앵글 경제특구 지역은 대사관 영사의 방문뿐만 아니라 주재국 경찰 등 치안 당국의 진입도 어려워 우리 국민 피해 구제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현지 치안 당국과 긴밀히 공조하는 한편 골든트라이앵글 일부 지역의 치안은 중국 자치 위원회에서도 담당하는 만큼 중국 공안과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예방을 위해선 국민이 해외 취업 사기에 연루되지 않고 위험 지역을 방문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국가정보원이 전날 아시아·태평양 지역 5개국(캄보디아·라오스·필리핀·베트남·태국)과 함께 출범을 발표한 '아시아 마약 정보협력체'도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을 주시하고 있다. 국정원은 "국내에서 적발된 마약류의 70% 이상이 해외로부터 밀반입되며 그 가운데 상당수가 골든트라이앵글로부터 유통되고 있다"며 "아태 지역에서 유입되는 마약을 차단하기 위해 관련 국가들과 정보협력체를 구축해 긴밀히 공조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