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하락 속도 가팔라져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출생‧사망 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전년(24만9200명)보다 1만9200명(7.7%) 감소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2022년 0.78명에서 지난해 0.72명으로 떨어졌다. 남녀 100쌍(200명)이 72명만 낳는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을 2.1명으로 본다.
저출산에 브레이크는 없다. 오히려 가속페달만 더 세게 밟는 모양새다. 2021년과 2022년엔 전년 대비 출생아 수 감소율이 각각 4.3%와 4.4%였다. 2016~2020년까지 연간 감소율 7~11%대를 기록하던 것보다 낮아지면서 저출생 속도가 둔화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감소 폭이 7.7%로 커지면서 그런 희망마저 꺾었다. 코로나19 유행마저도 지난 만큼 “전염병 때문”이라는 저출산 원인 설명도 더는 유효하지 않다.
올해는 0.6명대 예고
국제 비교는 무의미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평균 출산율은 1.58명(2021년 기준)이다. 프랑스(1.8명), 미국(1.66명) 등 경제규모가 한국보다 큰 나라도 0.72명의 2배 넘는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일찌감치 저출산 위기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합계출산율도 1.3명으로 한국보다 월등히 높다. 한국 다음으로 출산율이 낮은 건 스페인인데 이마저도 1.19명에 달한다. 한국으로선 꿈꾸기도 어려운 숫자다.
출산연령 늦어지고, 둘·셋째 급감
세종마저 출산율 1명대 깨졌다
‘인구 쇼크’는 피해갈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해 말 한국의 인구는 5132만5000명이다. 1년간 태어난 아이는 전체 인구의 0.4% 수준에 불과하다. 한해 100만명씩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하는 등 고령화 속도는 가팔라지는데 저출생 현상은 계속되다 보니 새로 태어나는 세대의 부양 의무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고령인구는 2022년 24.4명에서 2036년 60명을 넘고, 2072년엔 104.2명까지 증가한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양육비 부담은 낮은 출산율의 이유가 되긴 하지만, 지금처럼 가파른 하락세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정서적으로 젊은 세대가 출산을 거부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가정이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게 인식 전환 노력을 하고, 동시에 축소 사회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력은 부족해지고, 대학 정원은 채울 수 없고, 연금도 감당할 수 없게 될 텐데 이에 대한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