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에 따르면 1월 은행의 저축성 수신(예금)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전월 대비 0.18%포인트 하락한 3.67%였다. 대출금리는 0.1%포인트 내려간 5.04%였다. 예금·대출 금리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2개월째 동반 하락했다.
대출금리는 기업대출(-0.07%포인트)보다 가계대출(-0.14%포인트)에서 하락 폭이 컸다.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주담대 등이 하락세를 주도했다. 1월 주담대 금리는 3.99%로 한 달 전보다 0.17%포인트 내려갔다. 지난해 11월(4.48%)부터 석 달째 내리막이다. 2022년 5월(3.90%) 이후 처음으로 3%대에 재진입했다. 전세자금대출(-0.17%포인트), 일반신용대출(-0.2%포인트) 금리도 같이 하락세를 보였다.
여기엔 주담대 지표 금리로 쓰이는 은행채 5년물 금리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내려간 게 작용했다.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은행채(AAA) 5년물 금리는 지난해 11월 4.38%에서 올 1월 3.84%로 떨어졌다. 코픽스도 1월 들어 3.66%로 0.18%포인트 하락했다.
1월부터 개시된 대환대출 플랫폼 주담대 '갈아타기' 등에 따른 은행 간 금리 인하 경쟁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은 이날 공개한 '가계대출 대환 프로그램 시행의 영향 점검' 보고서를 통해 "전반적인 가계대출 금리가 상당한 하락 압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주담대를 금리 조건별로 보면 고정형 금리가 3.95%로 한 달 새 0.22%포인트 내려갔다. 같은 기간 0.05%포인트 떨어진 변동형(4.09%)보다 하락 폭이 크고 이율도 낮다. 이에 따라 주담대 중 고정금리 비중은 65.9%로 6.1%포인트 상승했다. 서정석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초기 5년간 고정금리가 적용되고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 주담대의 금리 메리트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금리 하락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국·미국의 '끈적한 물가' 등으로 기준금리 조기 인하 전망이 옅어져서다. 한은의 인하 시점이 하반기 이후로 미뤄지는 기류 속에 2월 들어 은행채 5년물 금리는 반등하는 양상을 보였다. 가계대출 증가 우려에 최근 일부 은행에선 가산금리도 다시 올리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0일 금융권에 "적정 수준의 가계부채 규모를 스스로 고민해 경영 방침에 반영하고, 단기 이익을 위한 불필요한 외형 경쟁은 지양해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1월 은행의 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이인 예대금리차는 1.37%포인트로 전월보다 0.08%포인트 확대됐다. 예금 금리가 대출 금리보다 더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