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 개봉(6일)에 맞춰 내한한 한국계 감독 셀린 송을 2월 29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CJ ENM
한국계 셀린 송(36‧한국명 송하영) 감독의 영화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는 한국말 ‘인연’(Inyeon)의 개념을 이런 대사로 설명한다. 영화에선 미국 뉴욕의 극작가 노라(그레타 리)가 12살에 한국에서 가족과 이민을 떠나며, 헤어진 첫사랑 해성(유태오)과 24년 만에 뉴욕에서 재회한다. 작가인 백인 남편 아서(존 마가로)와 함께다. 자신을 한국이름 ‘나영’으로 부르는 해성의 한국말을 남편에게 통역하며 노라는 새삼 한국에서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한국계 셀린 송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및 각본상 2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사진 CJ ENM
“영혼과 영혼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실에 대한 탐구”(뉴욕타임스) “미묘하게 아름다운 영화”(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현지 찬사에 대해 송 감독은 “어느 나라 관객이든 이 영화를 보면 ‘인연’의 의미를 알게 된다. 누구나 느꼈지만 이름이 없었던 그 감정을 단숨에 이해했다더라”고 말했다.
한국말 '인연' 담자, 놀런 "미묘하게 아름답다"
“연극을 10년 넘게 해보니 언제나 개인적인 지점에서 쓰기 시작한, 나만의 이야기가 (관객한테) 닿더군요.” 전날 간담회에서 이렇게 밝힌 그를 29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단짝친구로 자란 12살의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과 ‘해성(유태오)’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계속되어온 두사람의 관계를 되새기는 이틀을 담았다. 사진 CJ ENM
-영화를 착안한 계기는.
-‘인연’을 한국말로 등장시켰는데.
-제목은 왜 ‘패스트 라이브즈’(전생)로 달았나.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3분의 1은 서울, 나머지는 미국 뉴욕에서 찍었다. 대부분 동네 토박이들의 장소를 위주로 촬영했지만, 뉴욕과 이민자의 상징 '자유의 여신상'은 관광객 신분의 해성과 이민자로 살아가는 노라의 관계를 드러내는 장소로 등장시켰다. 사진 CJ ENM
-왜 연극이 아닌 영화로 만들었나.
-한국에서 영화의 30%가량을 촬영했는데.
-관광지보다 오래된 동네 골목, 고깃집 등을 찍었다.
"너무 한국적이다" 의미? "한국 사람끼리 아는 비밀"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주인공 해성(유태오)과 그가 '나영'이란 어릴적 이름으로 부르는 노라(그레타 리), 노라의 남편 아서(존 마가로)가 뉴욕의 바에서 술잔을 나누는 장면이다. 두 남자는 한국말, 영어로 나눈 대화를 통해 각각 '노라'와 '나영'이란 이름으로만 알던 한 사람의 삶의 나머지 부분에 눈떠간다. 사진 CJ ENM
영화엔 ‘너무도 한국적이다(So Korean)’라는 대사도 나온다. 노라는 부모와 함께 살며 직장생활을 하는 해성을 “평범한 한국 남자”라며 이렇게 말한다. 20여년전 한국을 떠나 이민자로 살아온 노라의 시선이 담긴 표현으로 보인다. 송 감독은 “한국 사람끼리 공유하는 비밀, 아는 사람끼리 웃을 수 있는 대사로 넣어봤다”고 했다.
송 감독에게 ‘패스트 라이브즈’는 “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같은 작품”이었다. “이민자의 이야기지만, 새로운 곳에 이주해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일이 많아진 지금의 보편적 감정을 그렸다”면서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만난 관객은 영화를 보고 아일랜드 더블린에 두고 온 여자친구가 기억난다더라. 이민자의 이야기는 더 이상 이민자들만의 것이 아닌 글로벌한 이야기가 됐다”고 말했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이민자로 살아온 셀린 송 감독에게 "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같은 작품"이었다. 사진 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