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미중 정상회담장에 들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통상정책의제’는 USTR이 매해 2~3월 발표하고 미 의회에 제출하는 보고서로, 미국 정부 통상 정책의 종합적 방향을 볼 수 있는 자료다. 이번 보고서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3년간 주요 기조로 유지한 ‘미·중 무역 관계 재조정’과 함께 ‘노동자 중심의 통상정책 추진’, ‘핵심 교역상대국, 국제기구와의 협업’ 등이 주요 의제로 담겼다.
USTR은 “미국을 방어할 공급망을 회복해 중국의 무역과 경제적 남용으로 발생하는 피해로부터 미국 노동자와 소비자를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방안으로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과 ‘니어쇼어링(near-shoring)’을 꼽았는데, ‘통상정책의제’에서 이를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프렌드쇼어링은 중국·러시아를 배제하고 유럽연합(EU)과 아시아·태평양 국가 등 동맹국들과 미국의 공급망을 구축하는 개념이다. 니어쇼어링은 인접한 우방 국가로 생산시설을 이동하는 것인데, 생산시설을 해외 이전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대안으로 미국이 제안한 개념이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제13차 WTO 각료회의가 열린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국제전시센터에서 캐서린 타이 USTR(미국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김영희 디자이너
또한 USTR은 “중국의 비시장적 국가 주도 정책·관행의 폐해에 맞서기 위해 기존에 검토한 모든 방법을 고려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새로운 방법도 모색하겠다”라고도 적었다. 추가 관세 조치 가능성을 시사한 것. 이와 관련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모든 외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약속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 대결을 위해 내민 것”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는 3일 ‘USTR 통상정책의제 분석 자료’를 내고 “미국이 동맹국과의 공급망 재편 가속화, 대(對) 중국 견제 강화 등을 집중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라고 평가했다. 지난 3년간의 ‘통상정책의제’와 큰 틀에서는 유사하지만, 이번에는 불공정한 중국 무역·경제정책을 USTR이 직접 언급했다는 거다. 블룸버그도 앞서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해에 중국과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한주희 통상지원센터 연구원은 중앙일보에 “이번 발표 의제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한국과 직접 관련된 정책 변화 언급은 없었다”면서도 “USTR이 처음으로 프렌드쇼어링을 직접 언급하며 공급망 재편 움직임을 보인 만큼, 한국도 그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미국 대중 경제 제재 진화에 따른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진화하는 미국의 대중 견제 조치에 대비해 국내 기업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완화하고 첨단 기업 투자 유치와 경쟁력 강화 기회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