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대졸 이상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70.2%로 집계됐다. 조사 결과가 처음 집계된 2000년(60.9%)에 비해 9.3%포인트 증가한 결과다. 대졸 이상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꾸준히 86~89%를 보이는 반면,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나면서 성별 격차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일·가정 양립정책의 도입, 남성 육아참여 확대 등의 영향으로 워킹맘 경제활동 여건이 과거보다는 개선됐다"면서도 “결혼과 출산 시기가 늦어지면서 30대 초반에서 경제활동참가율이 빠르게 상승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 지난해 대졸 이상 30대 미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88.4%로, 같은 조건의 남성 경제활동참가율(88.7%)과 비슷한 수준이다.
경제활동참가율 늘었다지만…여성 차장·부장은 회사 떠난다
2022년 인적자원기업패널 원자료를 통해 국내 480여개 회사의 직급별 인원을 산술평균 내보면, 사원급에선 남성(43.1명)과 여성(32.3명)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다가 과장급(남성 42.3명, 여성 11.6명), 차장급(남성 30명, 여성 5.3명)으로 갈수록 성별 격차가 더 벌어진다. 부장급(남성 23명, 여성 2.1명) 임원급(남성 15명, 여성 0.71명)도 마찬가지다.
"일 너무 좋아하는데 퇴사 고민"…경력 단절 후엔 저임금 일자리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중소기업 등에선 퇴사가 유일한 선택지일 때도 있다. 15년간 7~800명 규모 중소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해온 40대 여성 B씨는 지난해 퇴사 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고 있다. 아픈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6개월 육아휴직을 쓴 뒤 복직하려 하자, 회사는 퇴사를 권유했다고 한다. B씨는 “출산휴가 이후 승진 누락을 겪고도 어떻게든 버티면서 쌓은 커리어가 물거품이 됐다”고 했다.
2022년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경력단절 후 처음 취업한 일자리 임금(월평균 214만3000원)은 경력단절 이전에 받은 임금(월평균 253만7000원)의 84.5% 수준에 그쳤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진다 해도, 경력단절 예방이 되지 않으면 OCE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성별 임금 격차도 개선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등하원 1~2시간만 배려해도 워킹맘 버틴다"
1세 아이를 키우는 C(35)씨도 “워킹맘들은 일만큼 육아도 제대로 하고 싶은 욕구가 크다”며 “아무리 돌봄서비스를 확충한다 해도 부모가 직접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한시적으로라도 확보해주지 않으면, 일과 육아 중 하나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에 퇴사를 결정하게 된다”고 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돕는 사내 문화를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재택근무와 유연근무를 전면 도입한 육아용품 회사 코니바이에린의 임이랑 대표는 “아이 등‧하원하는 1~2시간만 회사에서 배려해줘도 워킹맘이 충분히 커리어 욕심을 내면서 회사에서 버틸 수 있게 된다”며 “전직원의 60%가 워킹맘인데도 일반 회사보다 더 높은 근무강도로 일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유연근로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기업은 2022년 기준 74.9%다. 현행 육아기 근로단축제도(만 8세 이하 자녀가 있는 노동자가 근로시간을 주당 최대 35시간까지 단축)는 다음해 연차휴가가 감소한다는 단점도 있다. 경총은 “가족친화제도 및 문화가 우수한 기업에 대해 법인세 감면 등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