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거 입성 野 피고인…곧장 대검찰청부터 방문
야권은 선거 내내 ‘검찰 독재 타도’를 내걸고, 검찰 규탄 발언으로 선명성 경쟁을 했다. 정치권 관계자도 “정부 심판론이 검찰 심판론과 엮이면서, 야권 인사의 기소 이력이 마이너스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인물도 당선된 걸 보면, 검찰 뿐만 아니라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가 진보 진영에서 크게 낮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피고인들의 반격은 이미 예고됐다. 3개 재판부에서 1심 중인 이재명 대표는 선거 기간 중 법정에 무단 불참하며 “제 손발을 묶는 게 정치 검찰의 의도”라는 논리를 폈다. 이 대표와 가까운 문진석 의원(농지법 위반 2심 중)도 “이재명 수사는 검찰이 궁지에 몰릴 수 있는 검찰 리스크”라고 주장해왔다.
야권의 압승이 현실화한 후 공세는 더 거세졌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 3심 중)는 당선 후 첫 일정으로 서울 대검찰청부터 찾아 “검찰도 이번 총선에서 확인된 뜨거운 심판이 자신들과 무관하지 않은 점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차규근(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혐의 2심 재판 중)·황운하(울산시장 선거개입 혐의 2심 재판 중) 당선인도 함께였다.
민주당 피고인 당선인도 대검으로 달려갔다.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1심 중인 박범계 의원은 본인이 상임위원장을 맡은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 소속 의원들과 지난 18일 대검을 찾아 “오만한 검찰 독재 세력이 야당 탄압하는 일 없도록 책임을 묻겠다”고 외쳤다. 이 자리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1심 중인 부승찬 당선인도 참석했다.
이튿날엔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으로 3심 중인 이성윤 당선인이 이른바 ‘이화영 술판 회유’ 의혹으로 검찰을 압박하는 당 정치검찰사건조작특별대책단 위원이 됐다. 같은 날 박지원(서해 공무원 피격 첩보 삭제 의혹 1심 중) 당선인은 YTN라디오에서 이화영 술판 회유 의혹 관련 “제가 특검 수사받아봤는데, 나 때 있던 것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구나”라고 주장했다.
피고인 주도 검찰 개혁…檢·野 모두 정치적 논란 불가피
검찰이 기소한 인물이 검찰 개혁 관련 입법을 이끌게 되면, 입법권과 사법권 모두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거란 우려도 나온다. 야권의 검찰 개혁이 본인 수사에 대한 보복 또는 방탄으로 읽힐 수 있고, 반대로 이들에 대한 검찰 수사 역시 입법을 저지하려는 압박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고검장 출신의 변호사는 “검찰이 밉다는 이유만으로 검찰 개혁을 하게되면 결과적으로 국민이 피해를 본다”며 “검찰이 잘 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형태의 검찰개혁은 나라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국민이 사법부 판단을 고려하지 않고 투표해버리는 현상을 간과할 수 없게 됐다”며 “22대 국회에선 검찰의 기소가 정당했는지, 또는 국회의원의 검찰 개혁론이 진정성 있는지에 대한 사후 평가가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