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탈퇴 종용" 허영인 SPC 회장 구속기소…'뇌물'은 진행중

21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 임삼빈)는 허영인 SPC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허 회장은 2021년 2월~2022년 7월 사측에 비판적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570여명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모집을 지원하는 등 노동조합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민노총 와해, 왜·어떻게 시작됐나 

증여세를 회피하려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던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 2월2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검찰은 2월7일 항소했다. 연합뉴스.

증여세를 회피하려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던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 2월2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검찰은 2월7일 항소했다. 연합뉴스.

 
이날 검찰에 따르면 허 회장 측의 노조 와해 행위는 민주노총 측의 집회·시위를 무마하기 위한 동기로 시작됐다. 2017년 9월 고용노동부는 SPC가 제빵기사 5300여명을 불법파견했다고 보고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 지시했는데, 이에 허 회장은 2018년 1월 자회사인 PB파트너즈를 설립해 제빵기사들을 고용하고 본사 직원과 3년 이내에 동일한 수준으로 임금을 맞춰주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민주노총은 이 같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집회·시위를 이어갔는데 검찰은 허 회장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노조 와해를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허 회장 측이 2021년 5월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에게 인사평가에서 불이익을 주고 탈퇴한 조합원들에게는 인사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노조탈퇴를 유도했다고 봤다. PB파트너즈는 정량평가 70%, 정성평가 30%를 더한 총점을 기초로 사업부장이 추천하는 식으로 승진 인사를 했는데,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겐 정성평가에서 승진이 불가능한 D등급을 부여하는 등 저조한 점수를 줬다는 것이다.

 그 결과 당시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승진대상자 중 6%만 승진에 성공했다. 검찰은 조모 사업부장이 “민주노총 소속 기사들 중 강성인 애들은 승진에서 배제하라”고 제조장들에게 지시하는 등 사업부장들이 비슷한 취지의 지시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2018년 1월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 빌딩에서 파리바게뜨 노사가 '제조기사 노사 상생협약안'에 서명 후 서명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당시 파리바게뜨 노사는 직접고용 문제에 대해 협력업체를 제외한 자회사 형태로 제빵기사를 고용하기로 상호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이 같은 사회적 합의가 이행됐는지를 두고 민주노총과 SPC 사측은 갈등을 빚었다. 사진은 (왼쪽부터) 신환섭 당시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조위원장, 권인태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문현군 한국노총 중부지역 공공산업노조 위원장.뉴스1.

2018년 1월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 빌딩에서 파리바게뜨 노사가 '제조기사 노사 상생협약안'에 서명 후 서명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당시 파리바게뜨 노사는 직접고용 문제에 대해 협력업체를 제외한 자회사 형태로 제빵기사를 고용하기로 상호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이 같은 사회적 합의가 이행됐는지를 두고 민주노총과 SPC 사측은 갈등을 빚었다. 사진은 (왼쪽부터) 신환섭 당시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조위원장, 권인태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문현군 한국노총 중부지역 공공산업노조 위원장.뉴스1.

한노총 900명 늘리고 여론대응에 이용 

 
허 회장의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에는 한국노총 노조의 조합원 수를 늘려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 대표의 지위를 상실시킨 내용도 포함된다. 2019년 7월 정모 PB파트너즈 노무총괄 전무가 제빵기사들의 근무지·중간관리자·소속노조 등 개인정보 명단을 전모 한국노총 노조위원장에게 제공(개인정보보호법 위반)하는 식으로 한국노총의 조합원 모집활동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560여명이 탈퇴했고,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 수는 6주 만에 900여명 급증했다.


 검찰은 허 회장이 사측의 지원을 받은 한국노총 노조에게 노사갈등과 관련한 인터뷰·성명서 내용을 미리 제공하고 사측 입장을 담아 언론 인터뷰를 하게 하는 등 여론을 관리했다고도 보고 있다. 또 국회가 허 회장의 사회적 합의 이행을 검증하려 하자 한국노총으로 하여금 ‘국회 검증 요구에 응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공문을 작성해 발송하도록 하고 이를 근거로 국회 검증 요구를 거부하기도 했다. 전모 위원장에게는 국회의원 보좌관들에게 ‘사회적 합의가 잘 이행되었다’는 취지로 말하도록 지시했다고도 한다.

 검찰은 일련의 노조와해 지시가 허 회장에게서 출발해 황재복 SPC 대표이사→정모 PB파트너즈 전무→정모 상무보 등을 거쳐 내려간 것으로 보고 이들을 포함해 8개 사업본부장과 한국노총 노조위원장, PB파트너즈 법인까지 등 총 19명을 기소했다.

검찰수사관 뇌물은 수사중, 주식 저가양도는 2심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노조 탈퇴 강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황재복 SPC 대표이사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달 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황 대표는 노동조합법 위반 행위와 검찰수사관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연합뉴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노조 탈퇴 강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황재복 SPC 대표이사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달 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황 대표는 노동조합법 위반 행위와 검찰수사관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연합뉴스.

 
검찰은 이 외에도 SPC 측이 별건의 허 회장에 대한 검찰수사(밀다원 주식 저가양도 배임사건)를 막기 위해 검찰수사관을 매수한 것으로 보고 허 회장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황 대표와 백모 SPC 홍보실장이 2020년 9월~2023년 5월 검찰수사관으로부터 압수영장 청구사실 및 내부 검토보고서 등 각종 수사정보를 받고 그 대가로 약 6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수사관에게 제공했단 내용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수사기밀들은 서모 전 SPC 고문을 통해 허 회장에게 보고됐고, 허 회장은 이를 수사대비에 활용했다. 백 실장과 황 대표는 지난 2월과 3월 차례로 구속기소됐다.

 허 회장을 둘러싼 재판도 현재 진행형이다. 허 회장이 2012년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적정가보다 훨씬 낮은 금액에 삼립에 팔아 각각 58억원과 121억원의 손해를 입혔다는 배임 혐의로 기소돼 지난 2월 1심에서 무죄를 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2022년 10월 경기 평택시 계열사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노동자 사망사건과 관련해선 지난해 8월 수원지검 평택지청이 무혐의로 처분했지만, 같은 해 9월 민주노총과 시민단체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