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 민주화운동' 알린 테리 앤더슨 前 AP통신 특파원 별세

테리 앤더슨 전 AP통신 특파원. AP=연합뉴스

테리 앤더슨 전 AP통신 특파원. AP=연합뉴스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세계에 알린 테리 앤더슨 전 AP통신 특파원이 21일(현지시간) 7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앤더슨 전 특파원은 이날 뉴욕주 그린우드 레이크에 있는 자택에서 사망했다고 그의 딸 술로메 앤더슨이 말했다. 

딸은 그가 최근 심장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지만,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딸은 "아버지는 영웅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좋아하지 않았지만, 모든 사람이 아버지를 영웅으로 불렀다"며 "일주일 전, 아버지를 만나 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물었는데 아버지가 '나는 너무 많이 살았고, 너무 많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1947년 미국 오하이오주 로레인에서 태어난 앤더슨은 미국 해병대에서 복무했고,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 1974년부터 AP통신에 입사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활동했다.


그는 AP통신 도쿄지사장을 맡고 있던 1980년 5월 택시를 타고 광주에 들어가 시민들의 시위와 공수부대의 진압 등에 대해 취재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은 앤더슨이 1980년 5월 22일부터 27일까지 광주를 취재해 작성한 기사 원고를 2020년 일반에 공개한 바 있다. 

고인은 기사에서 "광주 시민들은 기자들과 담화에서 시위는 처음에 평화롭게 시작됐지만, 공수부대들이 18~19일 시위자들을 무자비하게 소총과 총검으로 진압하면서 격렬한 저항으로 변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기사에는 계엄군이 외곽으로 물러나 있던 5월 23일 시민들이 거리를 청소하고 곳곳에 있는 잔해와 불탄 차들을 치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사는 계엄군의 최후 진압 전날인 5월 26일 광주에서 몇몇 가게들은 정상 운영을 하고 채소 장수들도 큰 문제 없이 군 검문소와 학생들이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지나 도시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고 전했다.

앤더슨은 지난 2017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5·18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해 "한국 정부가 1명 사망했다고 발표한 그날 하루에만 광주 시내를 돌며 시체 100구를 셌다. 공수부대의 도청 진입은 전형적인 시가지 전법이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소식을 최초로 타전해 단독 특종 보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