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내고 더 받는 안' 선택에 연금연구회 "설문 표현 왜곡, 핵심 내용 빠져"

시민 대표들이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선택한 것과 관련해 일부 전문가들이 공론화위원회 활동 전반의 공정성과 타당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대표단 학습 내용에 적자 규모 등 핵심 내용이 빠졌다며 이를 알려준 뒤 재투표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김상균 연금개혁 공론화위원장이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숙의토론회 및 시민대표단 설문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균 연금개혁 공론화위원장이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숙의토론회 및 시민대표단 설문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장) 등이 참여하는 연금연구회는 24일 이 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연구회는 당초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대표단이 선택한 1안(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 이외에도 ‘보험료율 12%, 소득대체율 42.5%’ 안과 ‘보험료율 15%, 소득대체율 40%’ 안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를 약간 변형한 2안(보험료율 12% 소득대체율 40%)이 1안과 함께 제시됐는데 연금 전문가들 사이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아온 마지막 안(보험료율 15%, 소득대체율 40%)은 “논의 과정에서 탈락했다는 일방적 발표만 있었다”라고 지적하면서 “최종 단계에서 배제된 경위를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했다. “아무리 각계각층 반대가 있었다고 해도 연금 전문가들의 광범위한 지지가 있었던 만큼 공론화위원회는 이 안을 최종 선택까지 올려 시민대표단 검토를 받게 했어야 옳았다”면서다. 

또 “시민대표단의 결정을 존중한다”라면서도 공론화위 활동에 대해 공정성과 타당성에 의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단 1안 설문 문구에 사실을 왜곡하는 표현이 있다고 했다. 

연구회는 “소득대체율을 10% 포인트 더 올리면서도 보험료는 단 4% 포인트만 올리는 안을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라고 표현하고 있다”라며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면서 보험료율을 6% 포인트 인상하더라도 재정 안정 달성이 불가능하단 것이 2023년 5차 국민연금재정추계의 핵심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연구회는 “소득대체율을 50%로 유지해도 보험료률 22.8%까지 올려야만 국가 부채가 더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2안에서는 시민대표단이 덜 선호할 가능성이 높은 보험료 인상율을 먼저 언급하면서 1안보다 ‘더 지속 가능하다’란 핵심 표현이 누락됐다”라며 “설문 구성이 제대로 된 정보 제공이며 공정한 운영이라고 생각하는지 묻는다”고 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학습 내용도 편파적이라고 주장했다. 최종 선택된 소득보장안은 재정안정안에 비해 누적 적자를 2700조원가량 증가시키는데 이런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회는 “국가가 부담할 수 있는 국민연금 재정 적자에 관한 내용도 빠져, 기금 고갈 이후 국가채무 비율이 2070년 기준으로 GDP(국내총생산)의 192.6%에 달할 것이라는 국회예산정책처의 발표 내용도 시민대표단에 제공되지 않았다”며 “세대별 생애부담 보험료율 관련 내용도 빠졌다”고 했다.

연구회는 ▶1안과 2안 사이에는 70년 후 2700조원의 적자 규모 차이가 있고,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향후 10년 이내에 태어날 세대는 보험료를 5배 더 부담해야 하며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70년 192.6%에 달한다는 내용 등을 학습한 뒤에 시민대표단이 한 번 더 투표해야 한다고 공론화위에 요구했다.

또 시민대표단이 학습한 내용을 모두 공개하고 제공된 자료의 형평성, 공정성, 오류 여부를 검증하자고 주장했다. 연구회는 “현재 시점에서 미래세대, 구체적으로 20세 이하 세대와 이후에 출생한 세대 입장과 이해를 누군가 반드시 대변해줘야 한다”라며 “어떤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는지 밝혀달라”고도 했다. “공론화위 활동 과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 후에 보다 광범위하고 치우치지 않은 새로운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