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첩에 남은 예술가의 얼굴…영인문학관 소장품 전시회

영인문학관(관장 강인숙)이 유명 문인·예술인들의 서화첩을 공개한다.

‘화첩으로 보는 나의 프로필’ 전시가 25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영인문학관에서 열린다. 소설가 조정래·김채원, 화가 김구림, 서예가 김병기, 시인 성춘복·이해인 수녀, 불문학자 김화영, 디자이너 노라노 등 60여 명이 자화상, 좌우명, 애송시, 자전적 글 등을 서화첩에 담았다.

소설가 김채원의 서화첩. 사진 영인문학관

소설가 김채원의 서화첩. 사진 영인문학관

 
소설가 김채원의 서화첩은 언니인 소설가 고(故) 김지원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던 즈음의 마음을 담았다. '나는 울지 않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는 시인 앙리 미쇼의 말을 제목으로 삼고 벽에 기대 우는 모습의 자화상을 넣었다. 

에세이스트·문학평론가인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말라르메의 시와 두보의 시로 서화첩을 꾸렸다. 그 외에도 전각(篆刻) 도안으로 화첩을 구성한 서예가 정병례, 부친을 떠나보낸 서예가 김병기, 가상의 유서를 적어넣은 시인 성춘복 등의 서화첩을 볼 수 있다. 

강인숙 관장은 “원래 서화첩은 예술가들의 최고의 작품을 담는 특이한 캔버스였다. 이런 귀한 예술적 전통을 현대에 접목해 변용을 시도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서화첩 전시와 함께 영인문학관은 소설가 김동리와 시인 김상옥의 생전 집필실을 재현한 '작가의 방'도 꾸몄다.


'화첩으로 보는 나의 프로필' 전시 포스터. 사진 영인문학관

'화첩으로 보는 나의 프로필' 전시 포스터. 사진 영인문학관

 
이달 27일과 다음 달 18일에는 강 관장의 문학 강연회가 예정돼 있다. 『삼대』『표본실의 청개구리』등으로 널리 알려진 소설가 염상섭(1897~1963)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는 자리다. 강 관장은 고(故)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부인으로, 건국대 국문과 교수를 지내며 문학비평가로 활동해왔다.

서화전 기간 이 전 장관의 서재도 공개한다. 화·목 오후 2시 예약을 통해 관람 가능하다. 일·월은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