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일주일 전보다 0.07% 올랐다. 지난해 5월 넷째 주 이후 52주 연속 상승 중이다.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2년 5월 이후 네 번째로 긴 상승 기간이다. 매매가격지수 역시 일주일 전보다 0.03% 오르면서 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요즘처럼 매맷값보다 전셋값이 더 오르면 둘의 차이가 줄어든다. 이를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셋값)로 나타내는데,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달 기준 54.5%로 지난해 말(53.7%)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부동산원)
전셋값 상승이 이어질 경우 전세 대기 수요의 매매 전환이 이뤄진다. 계속 오르는 전셋값을 부담할 바에 집을 사겠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전세가율이 상승하면 갭투자(전세를 끼고 매수) 등 투자심리도 높아진다. 결국 전셋값 상승은 매맷값을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이 1년째 이어지면서 서울 아파트 매맷값도 상승 조짐을 보인다. 부동산원의 주간 매매가격지수는 두 달째 상승세고, 실거래가지수 역시 지난 1월 이후 3개월 연속 상승(0.29→0.60→0.21%)하고 있다.(3월까지 조사)
얼어붙었던 매수 심리가 회복하면서 거래량도 늘어났다. 지난달 서울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8.0으로 한 달 전보다 5.3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2월 99.6으로 100을 밑돌던 지수는 올해 1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4개월 연속 상승했다.(국토연구원) 지난 1분기(1~3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9016건으로 지난해 4분기(10~12월) 5834건보다 54.5% 증가했다.
실제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은 고가 아파트가 몰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영등포·양천구 등을 중심으로 오르고 있다. 역대 최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등 상승세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최고가 경신 아파트가 가장 많은 지역은 32건이 손바뀜한 강남구였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151㎡는 지난해 7월 기록한 최고가(44억5000만원)보다 약 3억원 올라 47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이어 양천구(18건), 영등포구(14건), 마포구(12건) 등이 강남구에 이어 최고가 경신이 많은 곳으로 꼽혔다. 다만 중저가 노후아파트가 밀집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의 아파트값은 여전히 하락세다. 공사비 상승 등 여파로 재건축 기대감이 한풀 꺾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전셋값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금리 인하 시점과 맞물려 전세 대기 수요가 매매 시장으로 눈을 돌릴 경우 매맷값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