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2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외교부.
국방비 연동 뜯어고치나
이번 협상은 출발선부터 녹록지 않다. 2021년 3월 문재인 정부와 바이든 행정부 사이에 타결된 11차 SMA의 가장 큰 결함으로 지적되는 건 방위비와 국방비가 동반 상승하는 구조다. 당시 양국은 2021년 분담금을 전년 대비 13.9% 증가한 1조 1833억 원으로 책정한 뒤 2025년까지 4년 동안 매해 국방비 인상률을 반영해 올리기로 했다.

신재민 기자
당시 국방 중기 계획에 따른 2021~2025년 한국의 국방비 증가율은 연평균 6.1%였다. 한국 측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나왔던 이유다.
전문가들도 "애초에 방위비와 국방비가 상호보완적인 성격인데 이 둘을 연동시키는 건 모순"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과거의 다년 협정은 통상 국방비가 아닌 물가 상승률을 방위비 인상에 반영했고, 매해 인상률이 4%를 넘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설정했다. 2019년 10차 SMA 때도 국방비 증가율을 반영해 8.2%를 인상했지만 당시는 1년짜리 협정이라 상황이 특수했다.
협상 타결 뒤 문재인 정부도 증액 방식이 잘못됐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했다.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은 2021년 8월 국회에 출석해 "부득이하게 국방 예산 증가율과 연동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이것이 앞으로의 협상에 전제가 되지 않는다는 양해를 한·미 간에 확실히 했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에서 정부는 한국의 국방 예산이 늘어날수록 연합 방위에 대한 한국의 기여도가 높아지고 주한미군에 대한 의존도는 낮아진다는 점을 강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방 예산이 늘면 미국산 무기 구매 역량도 늘어난다. 여러모로 국방비 증가는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에 맞서는 논리로 활용돼야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이태우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협상 대표가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외교부 기자실을 찾아 임명 관련 인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트럼프 리스크 방지 어떻게
드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대선 캠페인에서부터 한국을 "부자 나라"라고 부르면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타임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이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동의했는데 제가 떠난 지금은 아마 거의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 주장을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 미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전미총기협회( NRA ) 회의에서 연설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다년 계약·제도 개선 챙겨야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2차 회의에 앞서 미국 측 수석대표인 린다 스펙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이 지난 18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입국해 취재진에게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이 택한 '총액형'은 방위비의 총액부터 우선 합의한 뒤 지출 세목을 정하는 방식이다. 반면 전 세계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미국과 SMA를 맺는 유일한 나라인 일본은 '소요형'을 따른다. 이는 구체적인 지출 세목에 따라 총액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물론 소요형을 따른다고 해서 한국 측 분담금이 반드시 줄어든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사용처를 보다 투명하게 관리하고 양국 간 정치 상황에 따라 협상이 휘둘릴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미국이 받아가 놓고 정작 쓰지 않아 쌓여있는 미집행금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