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아름다운 편지(beautiful letters)’를 주고받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욕설을 써가며 불신을 표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재임한 고든 손들런드 전 유럽연합(EU) 대사는 23일(현지시간)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나눴던 대화를 소개했다.
그는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차에 동승해 “‘말도 안 되는 얘기 말고(Cut the bull----), 김정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 X(f---er)은 기회가 있으면 내 배에 칼을 꽂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포린폴리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손들런드 전 대사의 요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든 독재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지만, 누구보다 판세를 잘 알고 냉정한 현실정치 관점에서 국가안보에 접근한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손들런드 전 대사는 “트럼프는 푸틴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전혀”라며 “그는 공개적으로 푸틴을 칭찬하지만, 역설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을 받는 우크라이나에도 유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방비 지출이 적은 북대서양동맹국(나토·NATO) 동맹국을 저버리거나 푸틴 대통령을 공개 칭찬하는 행위가 원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출된 반대 행동이라는 것이다.
손들런드 전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측불가능성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며 이를 “벨벳 장갑에 싸인(매우 섬세하게 다루는)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이라고 주장했다.
미치광이 이론은 국제정치에서 상대가 자신을 비이성적인 상대로 인식하도록 유도해 결국에는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내는 전략을 말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러시아에 구금된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가 대선 전 풀려날 것이라며 “푸틴이 날 위해 그것을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김 위원장과 양극단을 걷는 관계를 이어왔다.
취임 초 그는 ‘화염과 분노’ 등 발언을 쏟아내며 김 위원장과 대립하다 하노이 회담 불발 이후에도 ‘러브 레터’라고 불리는 친서를 주고받으며 사적 친분을 이어 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북한에서 또 다른 북미 회담의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