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예 도쿄 특파원
미슐랭 가게 들어가던 재료를 슈퍼에

모리빌딩이 지난 3월 아자부다이힐스에서 선보인 아자부다이힐스 마켓. 직영으로 운영으로 미슐랭 별을 받은 고급 레스토랑에 납품되던 일본을 대표하는 고급 식재료를 '주문 조리'하는 형태로 판매해 손님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닭꼬치쿠이집 토리시키 앞에 손님들이 줄을 서있다. 김현예 특파원
백화점서 흔히 보는 맛집 분점인가 싶겠지만, 전혀 다르다.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는 ‘일본 제일 닭고기’ 노포 토리토(鳥藤·1907년 창업)에서 엄선한 닭고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토리시키 옆엔 완전 예약제로 즐길 수 있는 작은 닭꼬치구이 음식점 토리오카(鳥おか)도 있다. 말하자면 식재료부터 조리, 음식점까지 모두 붙어있는 ‘이색 마트’인 셈이다.

토리시키 옆에 마련된 자그마한 규모의 닭꼬치 레스토랑 토리오카. 장인이 비장탄에 닭꼬치를 구워주는데 완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김현예 특파원
딸기잼이나 과자, 장류 같은 공산품을 판매하는 코너가 있는 건 여느 마켓과 비슷하지만, 채소와 과일, 치즈, 고기까지 일본에서 손꼽히는 가게 34곳이 음식점까지 갖춰 4000㎡ 공간에 한 데 모여있는 건 일본에서도 전례 없는 일이다. 쓰카모토 마사노리(塚本雅則) 모리빌딩 리싱오퍼레이션 담당은 “일본의 식문화를 널리 알리자는 뜻으로 일본 최고 식재료를 팔면서도 동시에 최고의 상태로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슐랭 별을 받은 초밥집에 납품되던 최상급 참치 등 생선을 일반 소비자들도 살 수 있게 한 야마유키. 좀처럼 사기 힘든 참치 꼬릿살 등도 이곳에선 살 수 있다. 김현예 특파원
'궁극의 식재료'를 찾아서

아자부다이 힐스 마켓을 찾은 손님들이 치즈 등 유제품을 고르고 있다. 김현예 특파원
궁금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고의 생선이 어떻게 잡히고 거래되는지, 또 어떻게 가공되는지 과정을 알고 싶어졌다. 새벽 경매시장을 쫓아가고, 참치 해체 과정까지 공부하고 나섰다. 쓰카모토 담당은 “그러고 나서야 왜 야마유키에 좋은 활어들이 모여있는지를 알게 됐고, 이것이 마켓 내 판매점 오픈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에도 소고기, 닭고기, 채소까지 최고의 점포를 찾아다니면서 출점 설득을 했다.
“경험을 팝니다”

돈가스나 함박스테이크를 그 자리에서 바로 조리해 판매하는 파라야자와. 김현예 특파원
개업한 지 두 달 남짓한 시간. 최고급 식재료를 표방한 마켓은 성과를 거두고 있을까. 쓰카모토 담당은 “일본의 식문화를 알리는 데엔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으로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리빌딩의 홍보 담당 와타나베 모이치(渡邉茂一)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경험, 체험을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밑국물을 내는 데 필요한 해산물을 직접 골라 밑국물 봉지를 만들 수 있도록 한 전문점을 비롯해 마켓 안에 포함되어 있진 않지만 전 세계 각지의 희귀 꿀을 모아놓은 꿀 가게와 디저트 전문점, 미술관과 디지털 아트 뮤지엄 ‘팀랩 보더리스’가 들어서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었다.

새우, 가쓰오부시, 표고버섯과 같은 다양한 건어물을 선택해 자신만의 밑국물 조합을 할 수 있다. . 김현예 특파원
모리빌딩은 어떤 회사
종합 부동산 개발 업무를 하는 비상장 회사로 1959년대 모리 타이키치로(森泰吉郎)가 설립했다. 모리 창업주는 1950년대 후반 토라노몬 주변 토지를 사들였는데 당시 신분은 경제를 가르치는 교수였다. 요코하마시립대 학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학장과 민간 기업 회사 경영을 겸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학교를 떠나 부동산 사업에 전념한다. 일본이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경험하던 90년대 ‘버블경제’ 시기엔 세계의 부자 순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세를 불렸다.
1993년 모리 창업주가 사망하면서 둘째 아들인 모리 미노루(森稔)가 사장에 취임했다. 본사가 있는 미나토(港)를 중심으로 의식주와 문화를 결합한 ‘도시 만들기’에 나서면서 현재 모리빌딩의 사업구조를 갖췄다. 1986년 아크 힐스를 시작으로 대규모 재개발 사업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후 모리빌딩이 17년에 걸쳐 직원들이 직접 주민들을 한명 한명 설득해 롯폰기 힐스(2003년)를 완공한 이야기는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다. 모리빌딩은 이후에도 토라노몬 힐스(2014년)에 이어 아자부다이 힐스(2023년) 등 도쿄를 상징하는 건물들을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현재 사장은 쓰지 신고(辻󠄀慎吾), 직원 수는 1639명. 2024년 3월 기준 총자산 2조8048억엔(약 24조4000억원).

지난해 11월 문을 연 아자부다이 힐스. 김현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