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사상 첫 파업 선언 "내달 7일 공동 연차"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파업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파업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파업을 선언했다. 1969년 삼성전자 설립 이후 처음이다. 최근 반도체 부문 수장을 전격 교체하고 임원 주 6일제를 도입하는 등 비상경영에 나선 삼성전자에 ‘노조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전삼노는 29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를 무시하는 사측의 태도에 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첫 번째 단체행동으로 2만8400명의 조합원들에게 오는 6월 7일 공동 연차 소진 지침을 내렸다. 이날부터 서초사옥 앞에서 24시간 버스 농성에 돌입한다. 전삼노 측은 “아직 소극적인 파업으로 볼 수 있지만, 단계를 밟아 나가 총 파업까지 갈 수 있다”고 밝혔다.

노사는 전날 올해 임금협상을 위한 8차 본교섭에 나섰으나 사측 인사 2명의 교섭 참여를 둘러싼 입장차로 파행했다. 전삼노는 지난달 단체행동 중 해당 2명이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을 밀치고 다치게 했다며 경찰에 고소하고 직장 내 괴롭힘 신고도 한 상태다. 앞서 전삼노는 임금 6.5% 인상을 주장하며, 회사 측 제안(5.1%)을 거부했었다. 현재는 임금 인상률보다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두고 줄다기리 중이다. 전삼노는 “일한 만큼 공정하게 보상을 받는 구조가 필요하다”라며 파업 선언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에서 법인세, 투자액 등을 제외하고 산출한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는데, 노조는 이를 영업이익 기준으로 달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사업부 특성 등을 반영해 20년 이상 운영해 온 성과급 방식을 하루아침에 영업이익 단일 기준으로 바꾸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파업 선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파업 선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전삼노 조합원 수는 전체 직원(12만4800명)의 22.8% 수준이다. 지난해 성과급을 못 받은 반도체(DS) 부문을 중심으로 가입이 급증했다. 전삼노 내부에서는 지난달 경기 화성사업장 문화쟁의에 참여했던 2000명 이상이 연차 투쟁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음달 7일이 현충일(6일)과 주말 사이에 낀 샌드위치 금요일이라 조합원들의 동참 확대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위기인데, 노조 파업까지  

삼성전자는 현황 파악과 대응책 마련 등에 분주하다. ‘샌드위치 휴일’은 회사도 연차를 권하는 날이라 파업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실제 총파업까지 이어지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특성상 파업 동참 인원이 늘어나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한 DS 부문은 올해 들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출하량을 전년 대비 3배로 늘리는 등 총력전을 펴고 있다. 


경영 위기 상황에 사상 첫 파업까지 현실화하자 삼성전자 안팎에선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 및 미국 마이크론과 HBM 수주 전쟁 중이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선 TSMC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반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최근 반도체 수장까지 교체했는데,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경영 쇄신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파업 선언과 투자심리 악화 영향으로 전 거래일 대비 3.09% 급락한 7만5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파업 선언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파업 선언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노노 갈등’ 조짐도 보인다. 삼성 5개 계열사 노동조합을 아우르는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 노조)은 이날 전삼노의 파업 선언에 대해 “직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상급단체(민주노총) 가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여 그 목적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삼노는 한국노총 산하이지만, 이날 기자회견에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노조 집행부와 함께 나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전삼노가 상급단체를 한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옮기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초기업노조는 전날에도 “전삼노의 해사행위와 타노조 비방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냈다. ‘삼성이 노조를 탄압한다’는 전삼노의 주장에 공감이 안 간다는 반응이다. 초기업노조에는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노조,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삼성전기 존중지부 등 5개 노조가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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