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북도 구미 SK실트론 제2공장 내에 있는 초순수 실증플랜트 4층 전경. 1~3층에서 전처리, 순수 공정을 마친 물을 초순수로 만드는 최종 작업이 진행되는 곳이다. 사진 수자원공사
한쪽에는 ‘외산’ 라인이, 맞은 편에는 ‘국산’ 라인이 동시에 돌아갔다. 두 라인이 제조한 초순수 수질을 검사해 보니 모두 불순물이 0.5ppt(리터 당 1조분의 1나노그램) 수준 밑으로 떨어졌다. 이경혁 한국수자원공사 연구원은 "초순수 목표 수질을 충족했고 국산과 외산 차이가 크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반도체부터 2차전지까지…초순수 시장 23조 급성장
현재 국내에서 반도체 제작을 위해 하루에 초순수를 포함해 73만t의 공업용수를 쓰는데, 2040년에는 하루 200만t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반도체 패권 경쟁이 벌어지면서 글로벌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2018년 19조 3000억 원이었던 시장 규모는 올해 23조 1000억 원으로 성장했다.

초순수 실증 플랜트에서 낙동강 물을 초순수로 만드는 과정. 사진 수자원공사
이에 환경부는 2021년부터 초순수 국산화를 위한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했다. 정부 출연금 324억 원과 민간부담금 119억 원을 투자해 2021년 SK실트론 제2공장에 초순수 실증플랜트를 착공했다. 이후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주도로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국내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참여했고, 2년여 만에 국산화를 앞두고 있다.
초순수 핵심 장비 기술 따라잡은 국내 기업

초순수 공정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탈기막 장비. 왼쪽은 탈기막을 독점해온 3M리퀴셀의 장비가 외산 라인에 설치된 모습, 오른쪽은 국내 기업 세프라텍이 개발한 탈기막 장비가 국산 라인에서 작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수자원공사
수자원공사는 국산 장비 시운전을 지난주에 완료했고 하반기에는 SK실트론의 반도체 웨이퍼 제작에 적용한 결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실증 플랜트에서 하루 1200t의 국산 초순수가 생산돼 바로 현장에 투입된다. 이렇게 하면 2025년까지 초순수 주요 공정, 설계·운영을 100% 국산화하고 핵심 장치는 70%를 국산화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셈이다. 이후에는 초순수 집적단지를 만들어 초순수 소부장 개발을 지원하고 수출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경혁 연구원은 "초순수 플랜트를 하나 세우는데 설계, 장비값만 200억 원이 들고 한해 운영비가 40억 원에 육박한다"며 "중요 장치부터 작은 밸브 하나까지 때 되면 교체해야 하는데 이걸 국산화하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우리가 벌 수 있는 외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